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한 4일 새벽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국회 출입을 통제하는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한 4일 새벽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국회 출입을 통제하는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주요 언론들은 3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6시간 만에 해제한 상황에 대해 주목하며 향후 파장을 관측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윤 대통령은 계엄령을 선포했다가 해제했다. 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처음에는 윤 대통령과 군이, 국회의 표결을 받아들일지 불투명했지만, 윤 대통령은 수요일 새벽에 대국민 연설을 또 하고 계엄령을 종료하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한국 시간) 화요일 밤 윤 대통령의 이례적인 선포는 많은 한국 국민을 분노하게 했다"며 "1980년대 후반 한국이 민주주의로 전환하기 전에 한국에서의 군사적 통치 방식에 대한 고통스러운 기억을 끄집어내게 했다"고 반응을 전했다.

그러면서 계엄령은 6시간에 그쳤지만, "에너지가 넘치는 민주주의로 알려진 한국에서 이것은 광범위한 파장(wide-reaching ramifications)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정치권에서 불거진 계엄령 선포 의혹에 대해서도 다뤘다. WP는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이전에 야당에서 관련 소문이 나온 적이 있다"며 "윤 대통령의 결정은 충격이었지만, 완전하게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또한 계엄 선포 배경으로 "윤 대통령은 한국의 최대 박빙 선거 중 하나에서 승리했으나 곧바로 많은 스캔들에 휩싸였다"며 여러 정치적 선택과 스캔들로 인한 지지율 하락을 언급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윤 대통령이 몇 시간 만에 (계엄) 명령을 철회했다"면서 "수천 명의 시위대는 서울에서 거리로 나와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계엄 선포로) 아시아에서 미국의 소중한 동맹국 중 하나(한국)에서 정치적 혼란을 초래했으며, 평화적인 반대를 억압하고 경찰국가를 만들었던 전후 독재정권(dictatorial regime)에 대한 기억을 불러일으켰다"며 "그러나 윤 대통령의 책략(ploy)은 긴박한 밤사이에 역효과를 낳았으며 서울에서 해가 뜰 무렵에 그는 한발 물러섰다"고 덧붙였다.

AP통신은 "긴박했던 정치드라마"라고 평했다. "윤석열 정부는, 군대가 국회를 포위하고 의원들이 군 통치에 반대하는 투표가 진행된 긴장된 정치 드라마의 밤 동안에 선포했던 계엄령을 해제했다"며 "야당이 장악한 의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상징적 조치"라고 해석했다.

이와 함께 시드니 사일러 전(前)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 담당관의 발언 등을 소개했다. 사일러 전 담당관은 "윤 대통령은 탄핵 가능성에 직면했는데 이런 시나리오는 윤 대통령이 대담한 움직임을 하기 전에도 가능했던 상황"이라고 전했다.

허드슨센터 38노스의 나탈리아 슬래브니 연구원은 이번 계엄령 선포를 "민주주의의 심각한 후퇴"라며 "한국은 정치적 다원주의의 강력한 역사가 있으며 대규모 시위와 신속한 탄핵에 낯선 나라가 아니다"고 밝혔다.

CNN은 윤 대통령의 계엄령 해제에 대해 "그의 유턴은 대규모로 단결된 반대에 직면한 가운데 나왔다"며 "이런 반대는 열성적인 국회에서의 투표, 비판자 및 여당에서의 규탄 분출을 촉발했다"고 밝혔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도 이날 홈페이지에 빅터 차 한국석좌 등이 작성한 문답 형식의 글을 통해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대해 "윤 대통은 연설에서 2022년 5월 취임 이후 (공직자) 탄핵 시도를 언급하면서 야당이 '입법 독재'를 하고 있어 통치 능력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또한 야당과 여당의 충돌 상황을 언급하며 "북한은 이번 혼란을 윤석열 정부에 대한 선전(공세) 목적으로 악용할 것이 분명하다"며 "4일 새벽 계엄령은 해제됐지만, 윤 대통령의 국내적 생존 가능성( survivability)은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 계엄령 선포를 뒤집기 위한 국회의 신속한 움직임, 지지율이 10%대인 대통령에 대한 거리 시위 확산은 윤 대통령의 (정치적) 몰락(demise)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