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울의 봄' 속 전두광(왼쪽), 윤석열 대통령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연합뉴스
영화 '서울의 봄' 속 전두광(왼쪽), 윤석열 대통령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연합뉴스
"2024년에 '서울의 봄'을 경험할 줄이야."

윤석열 대통령이 간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6시간 만에 해제하자 영화 '서울의 봄'이 대중들 사이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해 개봉돼 1312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서울의 봄'은 1979년 서울에서 벌어진 12.12 군사 반란을 모티브로 한 최초의 영화다.

신군부 세력과 그들을 막으려는 군인들의 일촉즉발 대립을 그린 작품으로 '아수라' 김성수 감독이 연출을 맡고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김성균 등이 출연했다.

'서울의 봄'은 영화적으로 풀기 무거운 소재의 12·12 군사반란을 긴장감 넘치고 밀도있게 그려내 호평받았다.

캐릭터인 전두광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은 장태신 소장을, 오진호 소령은 김오랑 중령을 모티브로 했다. 이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에 대한 호평도 줄을 이었고 실존 인물들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졌다.

개봉 당시 관객들은 황정민이 악역을 너무 잘 소화하는 바람에 포스터에 주먹을 갈기는 '분노 챌린지'를 하기도 했다.
'서울의 봄' 보도 스틸/사진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서울의 봄' 보도 스틸/사진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이 영화는 이른바 '필람'(필수관람) 영화로 꼽히며 2030 세대에서도 12·12 군사반란이 재조명되는 계기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44년만의 비상계엄령을 선포하자 온라인상에서는 '서울의 봄'을 언급하는 이가 늘었다. 총을 들고 시민들과 대치하는 군인들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비상계엄령이 해제된 4일 오전 10시에도 X에서는 '서울의 봄'이 실시간 트렌드에 올랐다.

'서울의 봄' 속 전두광과 신군부 세력이 반란 모의를 하는 장면을 올리며 "지금 대통령실 이러고 있는거 아니냐"는 글이 게재됐다.

또 "윤석열 기분상해죄로 비상계엄 선포. '서울의 봄'이 다큐였냐"며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입니까라는 대사가 떠오른다", "비상계엄 잘 안 와닿는 분들은 '서울의 봄'을 보시길 바란다", "2024년 맞냐, '서울의 봄'을 살아생전 체험하게 될 줄은 몰랐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계엄령 선포 자체만으로 범죄"라며 "불법적·위헌적 계엄령 선포에 동의하는 군인들도 내란 범죄"라고 비판했다. 또한 "군인들이 국회를 향해 달려들고 있다"며 "영화 '서울의 봄' 사태가 진행되고 있다, 국민 여러분 놀라지 마시고 굳건히 민주주의를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또다시 '서울의 봄' 비극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며 "역사를 되돌릴 수는 없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그렇게 만만한 나라가 아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또한 그는 "국민들이 지켜주셔야 한다"며 "이번 계엄은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 앞에서 좌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