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 무역아카데미 학생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앞에서 ‘제61회 무역의 날’을 기념해 협회 슬로건인 ‘함께 이룬 무역강국, 도약하는 대한민국’이 쓰인 글자판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무역협회 제공
한국무역협회 무역아카데미 학생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앞에서 ‘제61회 무역의 날’을 기념해 협회 슬로건인 ‘함께 이룬 무역강국, 도약하는 대한민국’이 쓰인 글자판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무역협회 제공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와 중국발(發) 수요 부진 등 악재 속에서도 한국 수출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이 빠르게 늘어난 덕분이다. 주얼리와 변압기 등 새로운 ‘수출 스타’도 등장했다. 이로 인해 작년 적자였던 무역 수지는 올해 흑자로 돌아섰다. 올 1~9월 전 세계 수출 6위를 기록했고, 전년 대비 성장률(9.5%)은 수출 상위 10개 국가 중 최고였다.

○어려움 속에 선방한 올해

반도체·자동차, K무역 이끌었다…올 수출 6850억弗 역대 최고 '눈앞'
올해 수출은 1년 전보다 8.4% 늘어난 685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상 최고치였던 2022년(6836억달러) 이후 다시 한번 기록을 경신했다.

반도체와 자동차가 수출 호조를 이끌었다. 반도체는 지난 10월까지 누적 수출 1150억달러를 기록했다. 한국무역협회는 반도체 수출이 직전 최고였던 2022년(1292억달러)와 정부의 올해 목표치 1300억달러를 모두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자동차는 올해에도 최고 실적을 낼 전망이다. 지난 1~10월 591억달러를 수출해 전년보다 2.0% 성장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전기차 판매 부진에도 북미 지역과 하이브리드 차량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 밖에 화장품과 변압기, 전선 등도 올해 최대 수출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무역협회는 내다보고 있다.

올해에는 대중 수출도 2년 만에 반등했다. 대중 수출은 1~10월 1100억달러를 기록해 전년보다 7.2% 늘었다.

윤진식 한국무역협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장
무역수지는 올해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무역수지는 1~10월 395억달러 흑자로 역대 다섯 번째로 높을 전망이다. 무협 관계자는 “견조한 수출을 바탕으로 지난해 6월 이후 16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3억달러어치 이상 수출한 품목 중 성장세가 가장 높은 건 주얼리 분야였다. 올 1~10월 12억6200만달러 수출을 기록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159.5% 올랐다. 홍콩과 미국 등에서 K뷰티 열풍과 우수한 세공 기술을 인정받아 수출액이 급증했다.

변압기 역시 수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분야다. 같은 기간 18억3100만달러가 수출돼 전년 대비 54.0% 늘었다. 변압기는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가정, 공장 등에 송전하기 전에 전압을 높이거나 낮추는 기기다. 급증하는 인공지능(AI) 수요로 미국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데이터센터가 들어서고, 반도체·전기차 공장 신설도 줄을 이으면서 변압기 수요가 늘었다. K푸드 열풍 속에 김과 라면 등 면류 등도 수출 증가세가 돋보였다.

○성장 이끄는 수출

미국과 중국 중심의 수출 구조에서 벗어나 신규시장을 개척한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특히 아세안 지역과 남미 시장의 1~10월 수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각각 5.2%, 18.4% 높아졌다. 아시아 지역에선 캄보디아(13.3%)와 필리핀(12.3%), 말레이시아(11.3%) 등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했고, 남미에선 아르헨티나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수출이 늘었다.

한국은 올해 호조로 전 세계 국가 가운데 수출 6위를 달성할 전망이다. 전년(8위) 대비 두 계단이나 오른 수치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중계 무역국가인 네덜란드(4위)를 제외하면 사실상 세계 수출 5위”라며 “일본과의 격차는 100억달러 수준으로 대폭 축소됐다”고 말했다.

수출이 한국의 경제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1~3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3%인데, 이 가운데 상품·서비스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2.3%포인트에 달한다. 대부분의 경제 성장이 수출에서 나왔다는 의미다. 지난해 기준으로 수출은 취업의 17.0%, 부가가치의 26.7%를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수출이 어려웠던 2020년 GDP는 -0.9%로 후퇴했으나 수출이 살아나자 이듬해인 2021년 GDP 증가율이 4.0%를 기록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수출 기업의 높은 임금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민간 소비 증가로 연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5%로 미국(2.8%)을 제외한 주요 선진국을 압도하고 있다. 독일은 제로 성장(0%)이 유력하고 일본은 0.3%에 그칠 전망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