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등과 함께 크게 변하고 있는 국제 무역 판도와 관련해 10대 키워드를 제시했다. 트럼프 당선인으로 인해 열릴 관세시대, 유럽연합(EU)의 노선 변화, 중국 공급과잉 등이다. 한국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이 같은 글로벌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게 무협의 제언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1) 관세시대의 개막

무협은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으로 미국 중심주의 흐름이 더욱 강해지고, 다양한 관세 조치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정책 무력화 시도로 상당한 혼선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보편관세, 상호대응세율, 대중국 고관세를 수차례 언급했다. 심지어 미국의 우방국으로 꼽히는 캐나다 등도 타깃이 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불법이민과 마약 유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캐나다와 멕시코를 상대로 25%의 관세 부과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2) EU의 노선 변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연임에 성공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역내 산업 보호를 위한 경제 안보 강화 정책을 공언하고 있다. 그는 의회의 신임 투표 당일 즉시 경제 안보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산 제품의 유럽 시장에 대한 침투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이를 막을 관세, 비관세 장벽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트럼프 정부와 맞물려 글로벌 무역장벽이 강화되는 데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다.

(3) 한국의 계속되는 FTA 체결

글로벌 통상환경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자유무역협정(FTA)은 한국이 안정적으로 수출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란 게 무협의 분석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방지법(IRA) 등은 보조금을 지급하는 ‘핵심 광물 요건’ 등에서 FTA 체결국을 우대하고 있다. 정부는 FTA 네트워크를 세계 최고 수준인 국내총생산(GDP)의 9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핵심 광물을 보유하고 성장 잠재력이 큰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 국가들과 발효를 추진하고 있다.

(4) 한국의 새로운 통상정책 로드맵

정부의 목표는 5대 수출강국이다. 현재 6위라는 수출 규모 순위를 한 단계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미국과 EU,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의 통상조치에 대해 잘 방어하는 동시에 핵심 광물, 에너지 등 분야에서 새로운 협력을 만들어내는 게 필수라는 분석이다.

(5) 중국발 공급과잉

중국의 공급과잉 문제가 전통적인 철강, 석유화학 등뿐 아니라 3대 신산업인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대비 3~9배에 달하는 산업 보조금을 투입하며 생산 능력을 높였다. 다만 경기둔화와 내수 정체로 과잉 공급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잉 물량은 저가 수출을 통한 밀어내기 방식으로 해외로 나가고 있다. 국내 산업 경쟁력에 치명타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과 EU 등은 전통적인 관세 조치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교류 규모 등을 통해 별다른 관세 조치를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6) 중국에 대한 수입 규제

바이든 정부는 대선을 앞두고 중국 대상 수입 규제 조치를 잇따라 발표했다. 전기차와 배터리, 반도체, 태양광, 핵심 광물 등의 관세를 두 배씩 인상했다. 중국의 멕시코 우회 등도 막았다. 트럼프 새 정부는 이런 기조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제3국으로 튈 ‘불똥’이다. 한국은 미국의 수입 규제 강화로 간접적인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EU 역시 상계관세 등을 강화하고 있다.

(7) 첨예화된 경제 안보

미국은 첨단기술 분야에서 대중국 견제를 위해 수출 통제, 보조금 지원, 투자 제한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첨단기술 분야에서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반도체 칩에 대해서는 수출관리규정(EAR)과 수출통제조치를 통해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반도체과학법을 통해서는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해 자국 내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 중이다. 동시에 우려국 해외 투자 제한 행정규칙을 통해 국가 안보 위협을 초래하는 분야에 대해 미국인의 투자를 제한할 예정이다.

(8) ESG 강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여전히 강화되고 있다. ESG에 대한 관심도와 별개로 주요국의 탄소세 관련 법안 등은 입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내에서 노동권 보호 등도 강화되고 있다. 미국은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으로, EU는 강제노동 결부상품 수입 금지 규정으로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의 시장 진입을 차단하고 있다. 대중국 견제를 위해서라도 이 규정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9) AI 안전 논의 확대

인공지능(AI)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관련한 안전성 논의도 부각되고 있다. 주요 7개국(G7), OECD 등은 AI 안전성 제고를 위한 상호협력을 약속하고 있다. 올해 8월에는 세계 최초로 AI 규제인 EU의 인공지능법이 발효됐다. 2026년 8월부터 AI 시스템의 위험 정도를 허용될 수 있는 위험, 고위험, 제한된 위험, 최소한의 위험 등으로 분류해 차등 규제할 예정이다.

(10) 글로벌 최저한세 시행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OECD를 중심으로 140여 개국은 글로벌 최저한세 규정에 합의했다. 올해부터 주요국에서 시행되고 있고, 내년도부터 더 확산할 예정이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전 세계 매출이 7억5000만유로 이상인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최소 15%의 실효세율을 부과하는 글로벌 정책이다. 저세율국가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세금을 회피하는 걸 막겠다는 것이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