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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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운용사(PEF) MBK파트너스가 2년 전 고려아연과 맺은 후 지난 5월 종료된 신사업 관련 핵심자료 대상 '비밀유지계약'(NDA)에 법적책임 관련 조항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MBK파트너스는 신규 투자 목적으로 제공받은 고려아연의 내부 자료를 인수·합병(M&A)에 활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4일 머니S에 따르면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 간 비밀유지계약에는 계약 위반 시 금전적 배상 외에 법적 구제 등 법적책임 관련 조항이 포함됐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과의 비밀유지계약이 종료된 지 세 달이 조금 지난 시점에 영풍과 경영협력계약서에 서명했고, 다음날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실제 M&A를 준비하고 논의한 시간은 계약 훨씬 이전일 수밖에 없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양사 간 경영협력계약과 본 펀드의 파이낸싱, 주관사 선정과 대출 신청 및 승인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논의에 수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의 비밀유지계약에 따르면 준수 의무를 지는 대상은 MBK홍콩을 비롯해 전체 계열사에 해당한다. MBK의 이름을 쓰는 곳은 모두 비밀유지계약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 설명이다.

양사가 맺은 계약 8조에 따르면 '정보수취자(MBK파트너스)는 정보 제공자(고려아연)의 사전 서면동의 없이 주식 또는 지분을 매입하거나 사업결합 및 합병, 적대적 인수 등을 제안 하거나 경영을 통제 또는 경영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에 동의한다'고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가 영풍과 고려아연 경영권 장악에 대한 협의를 6월 이전 시작했을 경우 법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같은 비밀유지계약 7조에 따르면 정보 수취자는 기밀 정보가 한국의 미공개 중요 정보를 포함할 수 있음을 인지하며 이를 바탕으로 한국 주식을 거래하거나, 비공개 정보를 바탕으로 거래를 하거나, 이를 다른 사람이 사용하도록 하지 않겠다는 점에 동의한다고 명시돼 있다. 9조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임직원은 물론 주요고객, 주요공급자와의 논의나 협상 등을 해당 기간 하지 못하게 돼 있다.

또한 계약서 11조에 따르면 MBK파트너스가 본 계약을 위반할 경우 고려아연은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으며 MBK파트너스 측에 계약 위반에 대한 특정 이행을 요구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내부 자료를 M&A에 활용했다는 의혹에 선을 긋고 있다.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진행한 투자 부문은 MBK파트너스의 '바이 아웃' 부문이기 때문에 2022년 최 회장 관계자의 투자 제안을 담당한 부서 '스페셜 스튜에이션스'와 분리돼 있다는 설명이다. '바이 아웃' 부문은 최 회장 관계자의 투자 제안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고, '스페셜 시튜에이션스' 팀이 무슨 자료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3일 반박 자료를 내고 "2022년 5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관계자가 MBK파트너스 투자 운용 부문 중 한 곳인 '스페셜 시튜에이션스' 측에 투자해달라고 찾아온 사안에 대해 고려아연 측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