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밤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밤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너와 가족들은 안전한 거지?"
"삼성·SK 반도체라인 멈춘 거 아니지?"

4일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A씨와 대기업 재무팀장 B씨는 출근길에 수많은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비상계엄' 뉴스에 놀란 외국인 고객·친구들이 안부를 물어온 것이다. 이들 외국인은 소총으로 무장한 군인과 헬기가 오가는 한국 국회를 보고 '쇼크'를 받았다고 한다. CNN 등 주요 외신은 이 같은 비상계엄을 집중 보도 중이다. 한국의 반도체 라인에 대한 걱정도 상당했다고 한다.

비상계엄 사태로 증시가 흔들리면서 한국 증시가 '시계 제로'에 놓였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진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야기도 돈다. 증시 부양을 목표로 하는 '밸류업 정책'을 추진한 윤 대통령이 증시 혼돈을 부른 '밸류킬'의 장본인이 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A 리서치센터장은 "국장(한국 주식시장)은 접고, 부동산만 봐야 하나요"라며 반문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오전 장중 2% 가까이 하락한 2450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개장 직후 낙폭이 1%대 줄었지만 이후 내림 폭이 커지면서 장중 한때 2% 넘게 밀리며 2442.46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319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면서 하락세를 주도했다. 개인 투자자와 기관투자가는 각각 2550억원, 480억원을 순매수했다.

외환시장과 채권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15원 20전 오른 1418원 10전으로 출발했다. 현재는 오름세가 주춤해지면서 1410원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국고채 금리도 뛰었다. 이날 오전 9시 35분 현재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23%포인트 오른 연 2.608%로 나타났다.

시장이 흔들리면서 증권사·기업 임원들은 오전부터 초긴장 상태다. 최근 마무리한 2025년 사업계획부터 모두 재수정에 들어가야 할 판이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은 '상수(常數)', 금투세 폐지 등 규제는 '변수(變數)'가 됐다"며 "모든 계획을 초기화해서 다시 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시장은 비상계엄 사태와 함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하다. 내년 1월 도입될 계획이었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폐지로 가닥을 잡으면서 폐지 수순에 돌입하는 듯했다. 이달 10일까지 정기국회에서 여야는 금투세 폐지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비상계엄 사태로 금투세가 폐지될 수 있을지부터 불확실해졌다. 상법개정안과 자본시장 개정안 처리도 안갯 속이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대기업 재무팀 임원은 "한국의 정치학적 변수가 불거지면서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인식이 크게 나빠졌다"며 "장기적으로 한국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력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