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깨고 진입해 곳곳 몸싸움에도…병력 규모 적고 국회의원 체포도 안 해
기무사 계엄문건과도 달라…김병주 "준비 안 된 상태서 몇몇이 움직인 걸로 보여"
계엄군, 무장했지만 소극적 움직임…큰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에 무장한 채 투입된 계엄군이 국회 보좌진 등과 곳곳에서 몸싸움을 벌였지만 우려와 달리 적극적인 물리력 행사를 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밤늦게 갑작스럽게 비상계엄이 선포되다 보니 명확한 임무 지시가 내려지지 않는 등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긴급 투입됐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4일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 후 국회에는 특수전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병력이 투입됐다.

소총으로 무장한 계엄군은 본청 진입이 막히자 창문을 깨고 들어가는 모습도 포착됐고 경내 곳곳에서 보좌진과 대치했다.

계엄군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가결을 막기 위해 투입된 것으로 여겨졌지만, 본회의장에 진입하거나 본회의에 출석하려는 국회의원을 체포하지는 않았다.

2018년에 논란이 된 '기무사령부(현 방첩사령부) 계엄문건'에 등장하는 '국회에 의한 계엄해제 시도시 조치사항'과도 다른 움직임이다.

당시 문건에는 국회의 계엄 해제 시도를 막기 위한 주요 조치방안으로 '국회의원 대상 현행범 사법처리로 의결 정족수 미달 유도'를 적시했다.

국회의원을 체포해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는 의미였다.
계엄군, 무장했지만 소극적 움직임…큰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은 약 280여명으로 알려졌다.

기무사 계엄문건에 '계엄군은 기계화 6개 사단, 기갑 2개 여단, 특전사 6개 여단 등이 맡는다'고 적시한 것에 비해 병력 규모도 크지 않았다.

국회에 진입한 계엄군 중에는 탄창이 장착된 총기를 소지한 병력이 있는가 하면 탄창이 제거된 총기를 소지한 병력도 있었다.

일사불란한 움직임과는 거리가 있었던 셈이다.

탄창 박스로 추정되는 물건도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됐지만, 실제 계엄군이 실탄이 들어간 탄창을 장착하고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육군 대장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최고위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비상계엄 선포를 전후로 한 군의 동향과 관련, "준비가 잘 안된 상태에서 몇몇이 비밀리에 움직인 걸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수방사의 특임부대와 (특전사 소속) 공수부대, 707부대가 움직였고 전방 부대들은 움직이지 않았다"며 "수방사도 사실 퇴근하고 저녁에 일상적인 업무를 하는데 윤 대통령의 계엄 발표한 이후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수방사 투입 병력도 우왕좌왕한 상태"고 전했다.

실제 전날 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당시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의 주요 인사들도 사전에 선포 계획을 알지 못해 당황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군, 무장했지만 소극적 움직임…큰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안보전문기자 출신인 박성진 안보22 대표는 윤 대통령의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사전 정보유출을 우려해 비밀을 유지하다가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상태로 단행돼 실패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계엄 선포 전부터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를 막기 위해 병력을 준비시켜야 했지만, 계엄 선포 이후에야 병력을 국회에 투입해 본회의 개최를 막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군 내부에서도 정당성이 결여된 계엄 선포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이를 따르는 것은 역풍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휘관들 스스로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