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모습. /사진=뉴스1
11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모습. /사진=뉴스1
아파트 분양가격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시장에서 외면받던 보류지의 매력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서울 강북 지역 '국민 평형'(전용면적 84㎡) 아파트 분양가도 15억원대에 달하자 '틈새 매물'로서 보류지의 가치가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5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을 보면 10월 말 기준 서울 민간 아파트의 ㎡당 평균 분양가는 1420만3000원을 기록했다. 전월(1338만3000원)보다 6.13% 올랐고, 1년 전(974만4000원)과 비교하면 45.76% 급등한 값이다. 3.3㎡(1평)로 환산하면 4687만인데, 국민 평형 분양가가 15억9000만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달 서울 노원구 월계동 '서울원 아이파크' 전용 84㎡는 최고 분양가 14억1000만원에 나왔지만, 특별공급 경쟁률은 평균 15대 1에 달했다. 옵션과 취·등록세를 감안하면 15억원 수준의 가격인데, 분양가 오름세를 감안하면 이조차도 저렴한 가격이라고 판단한 청약자가 많았던 탓이다.
서울원 아이파크 모델하우스에 방문객들이 줄을 선 모습. 사진=HDC현대산업개발
서울원 아이파크 모델하우스에 방문객들이 줄을 선 모습. 사진=HDC현대산업개발
분양가가 상승을 거듭하면서 보류지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커진 상황이다. 보류지는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소송 등에 대비하기 위해 전체 가구에서 1%가량을 분양하지 않고 남겨둔 물량이다. 보류지 매각이 늦어지면 조합의 자금 부담이 커지는데, 최근 대출 규제 여파로 집값 열기가 식어가자 조합마다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보류지를 내놓고 있다.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조합은 보류지 10가구에 대한 매각 공고에 나설 예정이다. 전용 84㎡ 최저입찰가는 20억원 수준으로 정해졌다. 13억원대였던 분양가보다는 높은 가격이지만, 입주권 시세 대비로는 4억원 정도 저렴한 액수다.

은평구 응암4구역 재건축(e편한세상백련산) 조합도 전용 84㎡ 보류지 2가구에 대한 매각 공고를 내고 현재 입찰을 받고 있다. 최저입찰가는 8억1000만원인데, 동일한 주택형이 지난 10월 9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보류지는 1, 2층이고 실거래 매물은 10층이라는 차이를 감안해도 경쟁력 있는 가격이라는 평가다.

강북구 미아동 미아 제3구역 주택재개발(북서울자이 폴라리스) 조합 역시 보류지 6가구 매각에 나섰다. 17, 20, 21층으로 구성된 전용 84㎡ 최저입찰가는 10억8500만~11억400만원으로 정해졌고 16, 17층으로 구성된 전용 112㎡는 14억원에 나왔다. 이 아파트의 중층 이상 전용 84㎡ 매물 호가는 11억원부터 시작하고 전용 112㎡ 4층 매물이 13억2000만원에 나와 있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 '북서울자이 폴라리스' 투시도. 사진=GS건설
서울 강북구 미아동 '북서울자이 폴라리스' 투시도. 사진=GS건설
이처럼 보류지는 시세 대비 저렴한 것은 물론, 조합 보유 물건이라 단지 내 위치나 평형 등의 조건이 좋고 청약통장도 필요하지 않아 수요자들에게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 조합에서 최저입찰가를 높이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대출 규제로 수요자들의 투자 열기가 식으면서 조합이 가격을 높이기도 어려워졌다.

다만 주의해야 할 부분도 있다. 경쟁입찰 방식이라 낙찰 가격을 장담할 수 없고 잔금 납부 기한도 짧다는 점이다. 입찰에 참여할 때 입찰 기준 가격의 10%를 보증금으로 납부해야 하며, 낙찰 이후 계약을 포기하거나 체결하지 않는 경우에는 보증금이 조합에 귀속된다. 잔금 납부 기한은 보통 3개월 내외에서 정해진다. 처음부터 자금 조달 계획을 꼼꼼하게 세우지 않으면 낙찰받더라도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억 단위 보증금을 떼이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류지는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매물을 사들일 방법"이라면서도 "현금이 충분해야 하며 인기 아파트의 경우 낙찰가가 예상보다 비쌀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류지라 하더라도 주변 시세보다 비싼 경우가 있으니 시세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