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금식 선보공업 회장(해양플랜트서비스산업협회 회장)은 “선박 엔지니어링 설계 기술이 해양플랜트 유지보수 등 서비스 시장 진입을 위한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보공업 제공
최금식 선보공업 회장(해양플랜트서비스산업협회 회장)은 “선박 엔지니어링 설계 기술이 해양플랜트 유지보수 등 서비스 시장 진입을 위한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보공업 제공
4일 조선기자재 기업 선보공업의 부산 사하구 다대동 공장. 사무실에선 설계 인력 수십 명이 복잡한 구조물이 그려진 설계도를 살펴보고 있었다. 최금식 선보공업 회장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선보공업과 계열사인 선보유니텍, 하이텍 모두 자체적으로 설계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들은 회사의 핵심 인력”이라고 강조했다. 선박 연료 효율을 끌어올리면서도 화물 적재 공간을 최대한 늘리는 기술을 개발해 선보공업이 액화천연가스(LNG) 연료가스공급시스템(FGSS)의 세계 최초 납품 실적을 내는 데 일등 공신이 됐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이날 “10년 전 글로벌 시장 진입에 사실상 실패한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지역 선박 엔지니어링 기술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해양플랜트 설치 이후 유지보수부터 해체에 이르는 시장을 공략해 지역 조선기자재 업계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사가 해양플랜트 프로젝트 사업을 수주하며 국내 해양플랜트 산업이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지역 조선기자재 업체가 진입하기에는 여전히 기술 장벽이 높은 편이다.

최 회장은 지난달 28일 출범한 해양플랜트서비스산업협회 초대 회장을 맡았다. 이 협회는 선박 엔지니어링 기술을 중심으로 해양플랜트 서비스 시장을 공략하려는 목적으로 구성됐다.

해양플랜트 산업은 원유사 중심 구조로 이뤄졌다. 원유사가 석유 시추 구조물 등을 설치하고 유지보수를 하기 위해 대형 장비를 갖춘 기업에 설비를 발주하는 형태다. 최근에는 석유뿐만 아니라 풍력, 태양열, 조력 등으로 발전 설비가 다각화하며 설계 기술을 갖춘 국내 기업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 회장은 “10여 년 전 해양플랜트 시장이 열리면서 단순 부품 가공 중심이던 부산 지역 조선기자재 기업들이 부품끼리 연결하는 시스템 방식의 부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며 “비록 해양플랜트 시장 안착에는 완전히 성공하지 못했지만 선박평형수 처리 장치와 LNG 연료가스공급시스템 등 국제해사기구(IMO)가 요구하는 친환경 선박 기술에서 세계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고도화된 설계 역량을 확보하면서 해양플랜트 서비스 시장에 진입할 기회가 뒤늦게 열린 셈이다. 부산 지역 조선기자재 업계에선 엔지니어링 기반 영업을 강화하면 자연스레 고부가가치 해양플랜트 장비를 연구할 기회도 생긴다고 보고 있다. 해양플랜트 글로벌 시장 규모는 한 해 250조원에 달한다.

최 회장은 “올해 글로벌 해양플랜트 시장의 매출 중 절반가량이 서비스 부문에서 창출될 것”이라며 “조선산업이 친환경 기술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호황기를 맞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지역 기업의 신시장 개척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