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연간 1억600만 명의 여객 처리 능력은 2033년 포화 상태에 이릅니다. 9년 뒤를 대비하기 위해 5단계 건설사업 준비를 정부와 협의해 추진하겠습니다.”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지난달 29일 ‘인천공항 4단계 그랜드 오프닝’ 행사에서 5단계 건설사업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솔 기자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지난달 29일 ‘인천공항 4단계 그랜드 오프닝’ 행사에서 5단계 건설사업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솔 기자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지난달 29일 ‘인천공항 4단계 그랜드 오프닝’ 행사에서 5단계 공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래 통일시대를 대비하고 국가 경제 발전의 핵심 동력을 갖추기 위해 5단계 사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게 이 사장의 주장이다.

인천공항의 5단계는 사업비 6조원을 투입해 기존 1, 2여객터미널에 이은 제3터미널과 제5활주로를 조성하는 건설사업이다. 연간 2000만 명의 여객을 추가로 수용할 수 있는 터미널 역량(여객 1억2600만 명)을 갖춰 세계 5위권 공항의 입지를 다지게 된다.

공사는 제2터미널 확장공사인 4단계 건설사업이 끝나자마자 5단계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로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건설 기간, 기존 터미널의 노후화 개선 공사로 인한 여객 수용 능력 축소, 경쟁 공항의 무한 확장으로 인한 대응 등을 꼽았다.

국제공항의 신규 터미널과 활주로 공사는 계획부터 완료까지 10년 가까운 기간이 필요하다. 여객터미널과 제1, 2활주로를 건설한 1단계는 9년, 제2터미널과 제4활주로의 3~4단계는 15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공사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2033년 인천공항 이용 여객이 1억977만 명으로 늘어나 현재 수용 능력을 초과한다.

2030년 기준으로 운영 개시 30년이 넘는 터미널, 활주로 등 각종 노후 시설의 보수 작업이 시작되면 여객 처리 능력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 공사는 시설 보수가 본격화하면 연 1500만 명가량의 여객 수용이 어려울 것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경쟁 공항의 공격적인 확장에도 대비해야 한다. 인천공항은 국제여객 기준 처리 능력 3위, 항공화물 물동량 3~4위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경쟁 공항의 신규 터미널과 활주로 건설사업이 끝나면 현 순위를 지킬 수 없다.

2030년대가 되면 중국 광저우공항은 1억2000만 명, 타이완 타오위안공항 1억3500만 명, 일본 나리타공항 1억3700만 명,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1억4000만 명으로 여객처리 능력이 급상승한다.

김연명 한서대 항공부총장은 “증가하는 국제여객의 감당은 물론 항공화물 물동량 확대, 환승객 추가 유치, 지방 공항이 취항하기 힘든 해외 지역 노선 설치 등 글로벌 인천공항의 위상 강화를 위해 5단계 건설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즉각적인 5단계 사업 추진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인천공항에 집중된 여객, 항공화물 및 노선 집중은 지방 공항의 균형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덕도신공항과 대구경북통합신공항(TK신공항)의 예상 수요를 확인하고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송기한 서울과학기술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가덕도신공항과 TK신공항으로의 여객 분산,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 수요의 지속적인 증가 여부, 글로벌 경제 부침 등 여러 환경을 심사숙고해 5단계 사업 추진을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토교통부도 비슷한 입장이다. 신규 지방 공항의 역할과 기능을 확인하고 시행하는 게 과잉투자 지적을 피하는 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4단계가 이제 막 종료된 상황이기 때문에 5단계 논의는 아직 하고 있지 않다”며 “내년에 수립될 제7차 공항개발계획법 제정에 5단계가 포함될지 TK신공항이나 가덕도신공항 건설 등 여러 변수를 감안해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