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미국의 51번째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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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미국의 51번째 주](https://img.hankyung.com/photo/202412/AA.38840741.1.jpg)
1981년 필리핀 대선에 출마한 바르톨로메 카방방 연방당 후보의 출사표였다. 그는 필리핀이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면 고속 성장할 수 있다는 청사진에 유권자들이 공감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필리핀 독립을 지지한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대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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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캐나다에 대해선 정반대 발언을 했다. 지난달 말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엄포에 플로리다 마러라고로 달려온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향해서다. 트뤼도가 “고율 관세로 캐나다가 완전히 죽을 수 있다”고 하자 트럼프는 “차라리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라”고 받아쳤다. 트럼프 취임일인 내년 1월까지 선물 보따리를 내놓으라는 협상용 메시지겠지만 트뤼도와 캐나다 국민의 마음은 편치 않을 게 분명하다.
주요 7개국(G7) 회원국으로 미국과 차별화한 정체성을 지닌 캐나다 국민에게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란 말은 상당한 모욕이다. 한국인이 일본인으로 오해받을 때처럼 캐나다인도 미국인으로 오인당하면 대부분 불쾌해한다. 혹 떼려고 세계 정상 중 가장 먼저 트럼프와 만난 트뤼도는 마음 한가득 원념을 품었을 것 같다.
정인설 논설위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