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비상 계엄에도 잠잠했던 긴급 재난문자
“시도 때도 없이 오던 재난 문자가 간밤엔 쥐 죽은 듯이 조용했어요.”

지난 3일 밤 10시25분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 담화로 비상계엄이 선포됐지만 대다수 시민은 “쌍팔년도도 아닌데 정말 계엄령이 내려진 게 맞느냐”며 반신반의했다. 북한발 오물 풍선이 살포될 때면 시끄럽게 울렸던 긴급재난문자가 이번 사태 땐 단 한 건도 발송되지 않으면서 시민들의 의구심만 키웠다는 것이다. 네이버·다음 카페 등 인터넷 커뮤니티까지 한때 먹통이 되면서 시민들의 혼란은 극에 달했다. 경기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계엄령으로 언론과 통신 서비스가 막히고 재난 문자 역시 계엄군이 통제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니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선 가짜뉴스도 넘쳐났다. 여러 커뮤니티에선 도심에 진입한 장갑차의 합성 사진과 짜깁기한 포고령 문구 등이 마구 떠돌았다. 서울의 한 시민은 “언론 속보나 TV 생중계조차 서로 말이 다른데 정확하고 믿을 만한 정보를 찾기 쉽지 않았다”며 “정부에서 왜 재난 문자를 보내지 않은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은 “오전 6시께 출퇴근 도로 결빙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달라는 재난 문자가 온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며 “마치 정부에 우롱당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했다.

행정안전부 예규인 ‘재난 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 규정’에 따르면 행안부는 △기상특보에 따른 재난 대처 정보 △자연·사회 재난 발생에 따른 정보 △행안부와 사전 협의한 사용기관의 재난 정보 △그 밖에 재난문자방송책임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정보 등에 대해 기간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업자 등에 재난 문자방송 송출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럼에도 재난 문자가 발송되지 않은 데 대해 행안부는 “송출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답변을 내놨다. 발송 기준 중 하나인 ‘국가비상사태 관련 상황’도 국지전이나 북한 공격 등 민방공 사안에만 해당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계엄 선포 직후 긴급 간부 회의를 열고 “국민 불편이 없도록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특히 재난 안전 관리에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행안부는 2022년 ‘이태원 참사’ 당시에도 재난 문자를 발송한 바 있다. 국회에서 수천 명의 시민이 계엄군과 대치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행안부 실무관은 사회 재난도 국가비상상황도 아니라고 판단한 셈이다. 이런 식이라면 차라리 재난 문자 운영 기준에 비상계엄을 명시하는 게 낫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