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국무위원 전원이 ‘내각 총사퇴’를 선언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등 ‘3실장’을 비롯해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이상 고위 참모진도 일괄 사의를 밝혔다.

4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국무위원 18명 전원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사의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국무위원들의 사표 수리 여부는 윤 대통령이 결정하게 된다”며 “국무위원들은 사의를 표명했지만 끝까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늦은 오후 국무회의를 열어 비상계엄 선포안을 심의하고 오후 10시24분께 긴급 브리핑을 통해 계엄을 선포했다. 한 총리를 비롯해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다수는 계엄 선포에 반대했지만, 윤 대통령이 완고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리와 여당, 대통령실 고위 당국자는 4일 오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긴급 비공개 회동을 하고 내각 총사퇴 등을 논의했다. 한 총리는 회의 직후 “내각을 통할하는 총리로서 작금의 상황에 이르게 된 모든 과정에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내각은 국가 안위와 국민의 일상이 한 치 흔들림 없이 유지되도록 모든 부처의 공직자들과 함께 소임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마지막 순간까지 국무위원들과 중지를 모아 국민을 섬기겠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이날 취재기자단에 “실장·수석 일괄 사의 표명”이라고 공지했다. 수석비서관 이상 참모진은 이날 정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고 일괄 사의를 표명하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들이 한꺼번에 사퇴하면 대통령실 기능이 마비될 우려가 있는 만큼 윤 대통령이 사의를 모두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잔뜩 얼어붙은 공기 속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청사 내 커피숍, 휴게실 등에선 휴대폰으로 실시간 뉴스를 확인하며 동료들과 낮은 목소리로 관련 이야기를 나누는 공무원들이 눈에 띄었다. 중앙 부처 서기관 A씨는 “일단 별다른 지시가 내려온 게 없기 때문에 평소에 하던 일을 마저 하고 있다”며 “하지만 통상 연초에 나던 인사가 예정대로 진행되는지 등 전반적인 부처 운영에 차질이 생기진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날 예정된 장차관들의 주요 일정은 줄줄이 취소됐다. 기재부를 이끌고 있는 최 부총리는 연간 통계 정책을 확정하는 국가통계위원회,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와의 연례 협의 일정 등을 취소했다.

박상용/허세민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