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 속 尹계엄 배경…헌재 '6인 체제' 한계서 국면전환 노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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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을 두고 4일 정치권에선 혼란이 지속됐다. 무엇보다 정치적 실익이 없고 국회의 계엄 해제가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급작스레 계엄 카드를 꺼낸 배경은 여전히 미궁으로 남아 있다. 국무위원 탄핵, 예산안 삭감 등 야당 압박 속에 국면 전환을 위한 ‘최후의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과 함께 헌법재판소 6인 체제에서 기각을 노리고 보수층 결집을 위한 승부수를 띄운 것이란 해석이 동시에 나온다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윤 대통령의 계엄 발표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 등 소수 인사를 중심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주요 참모들조차 윤 대통령이 계엄 발표를 하기 한시간 전까지 그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법률 검토를 책임지는 민정수석실을 비롯해 정치권에 있는 친윤(윤석열계) 인사들과 경찰 수뇌부도 계엄 소식을 뒤늦게 파악했다고 한다.
김 장관은 비상계엄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는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한 인물이기도 하다. 여권 관계자는 “김 장관은 이번 정부에서 경호처장, 국방부 장관을 지내며 군 정보와 작전을 꿰뚫고 있다”며 “김 장관이 비상계엄 계획과 실행을 준비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계엄 선포는 결국 무위로 돌아갔지만, 군과 경찰 배치 문제를 고려하면 실행 계획 자체는 오래전부터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경찰 조직을 책임지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계엄 추진 과정에 관여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 장관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상계엄 선포를 위해 소집된 국무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다만 이 장관 측은 “3일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계엄선포 계획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했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 전날 오후 10시25분 발표된 비상계엄이 이날 오전 1시 국회의 해제 결의안 가결을 거쳐 4시27분 윤 대통령 선언에 따라 6시간 만에 해제된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법률가이자 검찰총장을 지낸 윤 대통령이 이러한 헌법 조항을 모르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이 계엄 카드를 꺼낸 것은 야당 압박을 위한 정치적 카드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야당이 주요 장관과 감사원장까지 탄핵하고, 예산안까지 삭감한 채 통과시키는 것을 보고 사실상 국정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윤 대통령이 판단했을 수 있다”며 “지지율도 침체된 상황에 지금처럼 거부권(재의요구권)을 쓰며 야당에 끌려다느니 계엄을 통해 국면 전환을 노린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계엄 발표 이후 진행될 탄핵 국면을 예상하고 승부수를 띄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근혜 탄핵 트라우마’가 있는 보수층이 야당 주도 탄핵에 쉽사리 동참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에 계엄 카드를 꺼낸 것이란 설명이다. 보수층에선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정권 교체되고 보수 진영이 궤멸했다는 인식이 강하다. 윤 대통령이 탄핵될 경우 조기 대선이 치러지고, 현재로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당선이 유력한 현실도 여권에서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당 지도부에선 윤 대통령 탄핵 추진에 대해 신중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대통령 탄핵소추 가결 요건은 재적의원의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인 만큼 범야권(192석)을 제외하고 국민의힘에서 8석 이상 찬성표가 나오지 않으면 탄핵소추 가결은 불가능하다. 국회에서 가결이 되더라도 헌법재판소 판단이 지연될 가능성도 일각에서 나온다. 현행 헌법재판소법은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헌재는 지난 10월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이 퇴임해 6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6인 체제에서도 탄핵 심리는 가능하다. 다만 6인 재판관 전원이 찬성해야 탄핵 인용이 가능하고, 1명이라도 거부하면 탄핵소추안은 기각된다. 윤 대통령이 임명한 헌법재판관(정형식 재판관)이 있는 만큼 야권으로서도 리스크가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6인 체제에서 대통령 탄핵 소추를 심리할 경우 정당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도 있어 남은 재판관 3명을 채우고 심리가 진행될 수 있다. 그만큼 탄핵 심리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대통령이 탄핵된 때에는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는다.
하지만 이번 계엄 발표가 윤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쉽을 크게 떨어트릴 것이란 의견에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계엄 선포가 반헌법적이고 반민주적인 성격을 강하게 띄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어떻게 이런 의사결정이 이뤄진 것인지 놀라울 따름”이라고 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소수만 공유한 계엄 계획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윤 대통령의 계엄 발표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 등 소수 인사를 중심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주요 참모들조차 윤 대통령이 계엄 발표를 하기 한시간 전까지 그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법률 검토를 책임지는 민정수석실을 비롯해 정치권에 있는 친윤(윤석열계) 인사들과 경찰 수뇌부도 계엄 소식을 뒤늦게 파악했다고 한다.
김 장관은 비상계엄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는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한 인물이기도 하다. 여권 관계자는 “김 장관은 이번 정부에서 경호처장, 국방부 장관을 지내며 군 정보와 작전을 꿰뚫고 있다”며 “김 장관이 비상계엄 계획과 실행을 준비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계엄 선포는 결국 무위로 돌아갔지만, 군과 경찰 배치 문제를 고려하면 실행 계획 자체는 오래전부터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경찰 조직을 책임지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계엄 추진 과정에 관여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 장관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상계엄 선포를 위해 소집된 국무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다만 이 장관 측은 “3일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계엄선포 계획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했다.
정치적 무리수 왜 강행했나
헌법에 따르면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 전날 오후 10시25분 발표된 비상계엄이 이날 오전 1시 국회의 해제 결의안 가결을 거쳐 4시27분 윤 대통령 선언에 따라 6시간 만에 해제된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법률가이자 검찰총장을 지낸 윤 대통령이 이러한 헌법 조항을 모르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이 계엄 카드를 꺼낸 것은 야당 압박을 위한 정치적 카드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야당이 주요 장관과 감사원장까지 탄핵하고, 예산안까지 삭감한 채 통과시키는 것을 보고 사실상 국정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윤 대통령이 판단했을 수 있다”며 “지지율도 침체된 상황에 지금처럼 거부권(재의요구권)을 쓰며 야당에 끌려다느니 계엄을 통해 국면 전환을 노린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계엄 발표 이후 진행될 탄핵 국면을 예상하고 승부수를 띄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근혜 탄핵 트라우마’가 있는 보수층이 야당 주도 탄핵에 쉽사리 동참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에 계엄 카드를 꺼낸 것이란 설명이다. 보수층에선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정권 교체되고 보수 진영이 궤멸했다는 인식이 강하다. 윤 대통령이 탄핵될 경우 조기 대선이 치러지고, 현재로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당선이 유력한 현실도 여권에서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당 지도부에선 윤 대통령 탄핵 추진에 대해 신중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대통령 탄핵소추 가결 요건은 재적의원의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인 만큼 범야권(192석)을 제외하고 국민의힘에서 8석 이상 찬성표가 나오지 않으면 탄핵소추 가결은 불가능하다. 국회에서 가결이 되더라도 헌법재판소 판단이 지연될 가능성도 일각에서 나온다. 현행 헌법재판소법은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헌재는 지난 10월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이 퇴임해 6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6인 체제에서도 탄핵 심리는 가능하다. 다만 6인 재판관 전원이 찬성해야 탄핵 인용이 가능하고, 1명이라도 거부하면 탄핵소추안은 기각된다. 윤 대통령이 임명한 헌법재판관(정형식 재판관)이 있는 만큼 야권으로서도 리스크가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6인 체제에서 대통령 탄핵 소추를 심리할 경우 정당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도 있어 남은 재판관 3명을 채우고 심리가 진행될 수 있다. 그만큼 탄핵 심리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대통령이 탄핵된 때에는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는다.
하지만 이번 계엄 발표가 윤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쉽을 크게 떨어트릴 것이란 의견에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계엄 선포가 반헌법적이고 반민주적인 성격을 강하게 띄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어떻게 이런 의사결정이 이뤄진 것인지 놀라울 따름”이라고 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