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지구 소식에 ‘억소리’ 나게 올랐지만 …풀어야할 숙제 한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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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최고령 아파트 '백송마을 1·2·3·5'
지난달 1기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선정
3단지 전용 52㎡, 실거래가 3500만원 상승
“추가 분담금, 비상계염 여파 등은 변수”
지난달 1기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선정
3단지 전용 52㎡, 실거래가 3500만원 상승
“추가 분담금, 비상계염 여파 등은 변수”
윤석열 대통령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월 경기 고양 일산신도시 최고령 아파트인 백송마을 5단지(1992년 준공)를 방문했다. 심각한 주차난(가구당 주차 공간 0.57대)과 곳곳에 있는 곰팡이와 누수 흔적 등 주민 애로사항을 점검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재건축이 신속히 진행되도록 정부가 사업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겠다”고 강조했다.대통령의 방문 이후 줄곧 ‘선도지구 유망 단지’로 꼽히던 백송마을은 지난달 말 결국 1기 신도시 재건축 ‘첫 타자’ 타이틀을 꿰찼다. 이후 이 단지의 호가가 ‘억 소리’ 나게 오르는 등 시장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산에 택지개발에 따른 대규모 공급이 예정돼 있고,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노후계획도시 재정비 사업 추진 동력이 약해질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백송 1단지, 호가 4.6억 ‘쑥’
일산에선 총 3개 구역, 8912가구가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로 선정됐다. 백송마을 1·2·3·5단지(2732가구)와 후곡마을 3·4·10·15단지(2564가구), 강촌마을 3·5·7·8단지(3616가구) 등 세 곳이다. 후곡마을은 경의중앙선·서해선 일산역과 맞닿아 있다. 강촌마을은 3호선 마두역 역세권이다. 백송마을은 지하철역과 붙어있진 않지만, 경의중앙선·서해선 백마역과 마두역 등과 가까운 편이다.이 가운데 백송마을이 관심을 끈다. 백송마을 5단지는 일산신도시에서 가장 처음으로 준공된 아파트다. 재건축도 ‘1호’로 추진했다. 하지만 2022년 11월 예비안전진단에서 탈락하는 등 부침을 겪었다. 단독 재건축을 추진하던 5단지가 인근의 1·2·3단지와 통합하는 전략이 먹혀들며 선도지구로 선정됐다. 백송마을 4개 단지의 용적률은 평균 150%다. 강촌마을(178%)과 후곡마을(181%)보다 낮아 사업성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선도지구 효과’는 벌써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백송마을 3단지(우성) 전용면적 52㎡는 이달 3억3500만원(7층)에 손바뀜했다. 선도지구 발표 직전 거래인 지난 10월 실거래가(3억원·4층)보다 3500만원 뛴 것이다. 호가는 수직상승하고 있다. 백송마을 1단지(삼부) 전용 84㎡의 경우 9억6000만원에도 매물이 올라와 있다. 동일 면적의 가장 최근 실거래가(4억9500만원)보다 무려 4억6500만원 높은 금액이다.
주민들 “기준용적률 상향해야”
하지만 마냥 장밋빛 전망을 그리기 힘들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분담금 문제다.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성남 분당신도시의 경우 선도지구로 선정된 단지들이 가점을 최대로 받기 위해 공공기여 등 항목을 최대로 써내는 ‘풀베팅’을 한 게 ‘승자의 저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공사비 인상 등 여파로 안 그래도 분담금이 오른 상황에서 일산을 비롯한 다른 지역 선도지구도 비슷한 문제를 겪을 수 있다.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추정에 불과하지만 일산은 가구당 3억원 안팎 수준의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할 것”이라며 “현재 호가가 오르는 것도 실제 매수세가 뒷받침되는 게 아니라 ‘배짱 매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기본계획에 따른 일산의 기준용적률이 300%에 불과한 것도 애로사항으로 꼽힌다.
분당(326%)과 평촌·산본(330%), 중동(350%) 등 다른 지역에 비해 낮다. 일산 주민들 사이에서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제대로 굴러가려면 적어도 분당 수준으로 용적률을 상향해 사업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비상계엄 여파…동력 차질 우려도
일각에선 비상계엄 여파로 정부가 약속했던 행정·금융지원 마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벌써 더불어민주당의 과거 부동산 공약을 펼쳐보며 재건축 동력 약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며 “비록 노후계획도시 정비 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통과되긴 했지만, 정부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어 당초 공언한 대로 ‘재건축 속도전’을 펼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다른 신도시와 달리 일산에선 ‘공급 폭탄’ 우려도 나온다. 고양시에선 현재 장항지구(11857가구)와 탄현지구(2620가구) 조성 작업이 진행 중이다. 3기 신도시인 창릉지구(3만8073가구)에서도 매머드급 물량이 쏟아진다. 국토부는 최근 대곡역 역세권 일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해제하며 94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수요가 택지지구의 신규 분양 단지로 쏠리고, 공급 과잉 속에 재건축 아파트의 시세가 낮아지면 ‘일산 재정비’ 동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다만 대곡역세권에 복합 환승센터를 조성하고 자족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밑그림이 일산 재건축 단지의 가치를 높여,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