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팝스타 두아 리파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영국 팝스타 두아 리파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새빨간 조명이 무대 위로 떨어지고 관객들의 시선이 무대 중앙으로 집중되자 짧은 하의의 보디슈트를 입은 두아 리파(Dua Lipa)가 당당하게 걸어 나왔다. 당찬 발걸음, 에너지 넘치는 애티튜드는 두아 리파가 약 2시간 동안 보여줄 공연의 압축본과도 같았다.

강렬한 분위기를 내뿜으며 무대에 선 그는 '트레이닝 시즌(Training Season)'으로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특유의 매력적인 중저음을 힘 있게 뱉어내자 현장은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두아 리파는 건강미 넘치는 피지컬에 파격적이고 치명적인 안무를 곁들여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단단하게 뚫고 나오는 목소리에 걸맞은 파워풀한 몸짓에 객석에서는 연신 환호가 터졌다.

영국 출신의 싱어송라이터인 두아 리파는 현재 전 세계 열 손가락에 꼽히는 '핫'한 팝스타다. 최근 '2024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서 메인 무대인 '피라미드 스테이지' 헤드라이너로 공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래미 어워드 3회 수상, 브릿 어워드 7회 수상에 빛나는 그는 '원 키스'(One Kiss)', '일렉트리시티(Electricity)', '피지컬(Physical)', '돈트 스타트 나우(Don't Start Now)', '뉴 룰즈(New Rules)', '레비테이팅(Levitatig)' 등 다수의 곡을 히트시켰다. 팬이 아닐지라도 그의 음악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친숙하다.

두아 리파가 내한한 건 2018년 이후 6년 만이었다. 당시 예스24라이브홀에서 2000여명의 관객을 만났던 그는 6년 새 규모를 10배로 키웠다. 공연 기획사 라이브네이션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관객은 2만여명으로, 두아 리파를 향한 한국 팬들의 긴 기다림을 증명하는 수치였다.

특히 이번 공연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개최 여부에 관심이 쏠렸었다. 비상 정국으로 뒤숭숭한 와중에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두아 리파가 예정대로 관객들 앞에 설 수 있을지 걱정과 우려가 컸다. 그런데도 아티스트는 흔들림 없이 무대에 올라 환한 미소를 지었다.

'원 키스'와 '일루션(Illusion)'까지 선보인 두아 리파는 "오늘 밤 여러분과 춤추고 노래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인사했다. 그는 "한국에 온 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며 "오늘 밤은 우리, 즉 너와 나에 관한 것이다. 오늘 밤 우리는 당신을 위해 여기에 있다. 밖에서 일어나는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다"며 계엄 사태를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했다.
영국 팝스타 두아 리파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영국 팝스타 두아 리파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오직 우리를 위한 거예요. 즐겨 봐요!'

모델 활동으로 먼저 이름을 알렸던 두아 리파답게 시원시원한 팔, 다리로 표현하는 퍼포먼스는 시선을 압도했다. 귀에 익은 '브레이크 마이 하트(Break My Heart)'의 멜로디가 나오자 관객들은 더 흥겹게 무대에 빠져들었고, 두아 리파는 치명적인 안무 포인트를 곳곳에 배치해 관객들의 환호를 끌어냈다. '왓챠 두잉(Whatcha Doing)'를 부를 땐 마치 런웨이 워킹을 하듯 돌출무대로 걸어 나와 바닥에 무릎을 대고 앉아 과감한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레비테이팅'에서는 리듬에 맞춰 엉덩이를 살짝살짝 흔들자 객석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졌다. 무대 위에서 열정을 쏟아내는 두아 리파에게 관객들은 '레비테이팅' 비트에 맞춰 '짝짝' 박수로 화답하거나 브릿지 구간을 떼창으로 함께하며 진한 호흡을 나눴다. '디즈 월스(These Walls)', '비 더 원(Be The One)', '러브 어게인(Love Again)' 등에 이어 '뉴 룰즈'가 나올 땐 지정석까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앞뒤, 좌우로 흔들었다. 두아 리파의 "3, 2, 1" 구호에 맞춰 몸을 점차 낮추다 다 같이 힘차게 뛰어오를 땐 짜릿한 쾌감까지 느껴졌다.

신나게 머리를 흔들고, 몸을 튕기며 강인한 에너지를 전달하는 아티스트, 리듬에 몸을 맡기고 즐겁게 뛰어노는 관객. 어떠한 근심도, 걱정도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는 공간이었다. 두아 리파가 앞서 공언한 대로 바깥의 상황과는 완벽하게 다른, 춤과 노래만이 존재한 2시간이었다. 매력적인 중저음, 매혹적인 퍼포먼스, 그리고 열띤 반응의 관객이 삼박자를 이뤘다.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감각적인 비트는 공연장을 마치 거대한 클럽 파티 현장으로 만들었다. '핫'하고 '힙'했다.
영국 팝스타 두아 리파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영국 팝스타 두아 리파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엘튼 존과의 듀엣곡 '콜드 하트(Cold Heart)'를 부를 때는 관객들이 휴대전화 불빛을 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스탠딩 마이크 앞에 선 두아 리파는 진지하게 한 음, 한 음을 부르며 이전 무대와는 또 다른 감성을 선사했다.

두아 리파는 마지막 내한이 2018년이었던 걸 언급하며 한국 팬들을 향해 "인내심 강하고, 사랑스럽고, 친절한 모든 분께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다"면서 "특별한 기분이 든다. 이렇게 놀라운 분들이 없었다면 이 모든 것은 불가능했다"고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난 매일 밤 좋아하는 일을 해서 기쁘지만, 여러분이야말로 날 특별하게 만든다. 내 꿈을 이뤄주셔서 감사하다"고 덧붙여 호응을 얻었다.

앙코르까지 지치지 않고 내달린 두아 리파였다. '피지컬' 무대를 마친 뒤에도 "너무 재밌다!"고 외쳤다. 이어 '댄스 더 나잇(Dance The Night)', '돈트 스타트 나우', '후디니(Houdini)'까지 선보이며 한국 팬들과 또 한 번의 특별한 추억을 쌓았다.

두아 리파의 공연은 5일에도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