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동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하면서 서울에서도 집값이 하락 전환한 자치구가 발생했다.

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12월 첫 주 서울 집값은 전주와 동일하게 0.04% 상승했다. 하지만 지역별로 보면 일각에서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로 불리던 강동구가 0.02% 내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올해 하반기 들어 처음으로 하락 전환했다.

서울에서 집값이 하락한 자치구가 발생한 것은 지난 5월 둘째 주 노원·강동(-0.01%), 도봉(-0.03%)구가 하락한 이후 30주 만이다. 강동구 집값이 하락 전환한 것도 지난 3월 넷째 주(-0.02%) 이후 27주 만의 일이다. 이어 전주까지 상승세를 유지하던 동작구도 보합(0.00%)으로 돌아섰고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와 강북구도 0.01% 상승에 그쳤다.

집값이 하락 전환한 것은 정부의 대출 규제로 매수 심리가 식으면서 매도가 급해진 집주인들이 가격을 내리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은 호가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개별 거래 사례를 보더라도 가격 하락세를 엿볼 수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강동구 명일동 '래미안솔베뉴' 전용면적 59㎡는 지난달 26일 13억3000만원(7층)에 팔렸다. 이 아파트 동일 면적은 지난 8월만 하더라도 14억원(12층)에 팔렸지만, 10월 13억7000만원(14층)에 이어 지난달까지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사진=한국부동산원
사진=한국부동산원
인근 개업중개사는 "아직 14억원대 매물이 많기는 하지만, 집을 처분해야 하는 집주인들은 13억원 초·중반대에도 매물을 내놓고 있다"며 "15억원 수준의 매물이 즐비했던 석 달 전과 비교하면 호가가 1억원가량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다른 자치구 상황도 비슷하다. 금천구 독산동 '독산중앙하이츠빌' 전용 84㎡는 지난달 28일 7억3000만원(16층)에 손바뀜됐다. 직전 거래 대비 약 3000만원 내렸는데, 실거래 기록을 살펴보면 △9월 7억9000만원(10층) △10월 7억6200만원(16층) 등 대출 규제 이후 하락세를 보인다.

구로구 고척동 '고척대우푸르지오' 전용 84㎡도 지난달 29일 6억5000만원(9층)에 거래됐다. 지난 8월 6억9000만원(11층)에 새 주인을 찾았던 것과 비교하면 석 달 만에 4000만원 하락했다. 현재 매물은 실거래가보다 낮은 6억4000만원부터 호가가 형성됐다.

서울 일부 자치구 집값이 하락 전환했지만, 선호도가 높은 강남구 등에서는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상승세를 유지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대출 규제 등에 따른 매수 관망심리로 인해 거래 소강상태를 보이는 단지가 늘고 있다"면서 "재건축·신축 단지를 중심으로 국지적 상승거래가 포착되는 등 시장이 혼조세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안내문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안내문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남구가 개포·논현동 재건축 추진 단지 위주로 0.12% 오른 가운데 종로구도 무악·숭인동 중소형 단지 위주로 0.07% 상승했고, 중구는 신당·황학동 위주로, 광진구와 마포구도 각각 광장·자양동과 공덕·창전동 역세권 위주로 0.06%씩 뛰었다.

양천구는 신길·여의도동 대단지 위주로, 용산구는 이촌·한남동 주요 단지 위주로, 영등포구도 신길·여의도동 대단지 위주로 0.05%씩 상승했고 서초구도 서초·잠원동 주요 단지 위주로 0.04%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전셋값은 전주와 같은 0.02% 상승세를 보였다. 서초구가 반포·잠원동 학군지 위주로 0.07%, 중구와 노원구도 신당·황학동과 월계·중계동 역세권 위주로 0.07%씩 올랐다. 중랑구가 묵·신내동 위주로 0.06% 뛰었고 강남구는 개포·일원동 위주로, 영등포구는 대림·여의도동 신축 위주로 0.05%씩 상승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학군지 등 선호단지를 중심으로 전셋값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면서도 "대출 이자 부담과 일부 지역의 입주 영향으로 전셋값이 하향 조정되는 등 혼조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