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신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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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랩·신탁) 사태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테이블에 처음 오른 가운데 위원들은 금융감독원의 처분에 대해 "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금감원은 일부 기관투자가·기업에 약속한 수익률을 보전하기 위해 랩·신탁 계좌에서 '채권 돌려막기'를 한 증권사 9곳에 징계 처분을 내렸다. 징계 수위는 증선위와 금융위 회의를 거쳐서 최종 확정된다. 다수 증권사가 엮인 사안인 만큼 최종 제재는 해를 넘길 전망이다.

5일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전날 증선위 임시회의와 본회의를 합쳐 약 8시간에 걸쳐 해당 사안을 논의했다"며 "금감원으로부터 넘겨받아 금융위 증선위 차원에서 처음 논의하는 자리였던 만큼, 증권사들 준법감시인과 법률대리인 등의 소명을 듣고 검사 현황을 보고받는 게 골자였다"고 말했다. 개별 회사에 대한 세부적인 제재 수위를 논의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위원들이 기존 금감원의 제재가 '과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관계자는 "하루 논의했기에 섣불리 분위기를 전하기는 어렵지만 대부분 위원이 '(금감원의) 기존 중징계 수위가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며 "수개월씩 영업정지를 하는 것이 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따져보려고 한다"고 부연했다.

전날 증선위는 처음으로 임시회의와 본회의를 열어 증권사 9곳(교보·미래에셋·유안타·유진·하나·한국·KB·NH·SK)에 대한 랩·신탁 관련 제재 안건을 다뤘다. 사안의 중대성과 적용 기업 수를 감안할 때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오전에 먼저 임시회의를 연 뒤 오후에 본회의를 개최했다.

증선위는 감독당국이 진행한 각 증권사의 랩·신탁 검사 결과를 보고받고, 과태료와 기관 징계조치 수위를 논의했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이들 증권사에 대한 제재 수위를 확정한 데 따른 후속 절차다.

앞서 금감원은 증권사들에 대해 업무 일부 정지와 과태료 부과 등의 제재를 내려달라고 금융위에 건의한 상태다. 투자자에게 약속한 수익률을 보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불법적으로 '랩·신탁 상품 돌려막기'를 한 점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앞서 금감원은 교보증권미래에셋증권, KB증권, 유진투자증권,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에 대해선 '중징계'인 3~6개월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NH투자증권은 기존 영업정지 3개월에서 1개월로, SK증권은 영업정지 1개월에서 기관경고로 각각 제재 수위가 감경됐다. 당국의 조사가 시작된 뒤로 선제적 손해배상에 나서는 등 투자자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선 점이 참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 절차는 일반적으로 금감원 제재심→금융위 증선위→금융위 안건소위→금융위 정례회의 의결 순이다. 증선위에는 과태료 안건에 한정해 올라가고, 이를 비롯해 기관 제재와 신분(임직원) 제재는 금융위 의결사안이다. 다만 과태료과 통상 기관·신분 제재 수위와 비례하기 때문에 증선위에서 과태료를 논의하면서 기관·신분 제재 수위도 함께 조율된다.

임직원에 대한 경징계 수준의 제재는 금융감독원(장)에 위임돼 있지만, 임직원 중징계와 기관 제재 등 그 밖의 제재들은 증선위와 금융위 의결을 통해야 한다. 기관 제재는 △기관주의 △기관경고 △시정명령 △영업정지 △등록·인가 취소 등 총 5단계로 나뉜다. 여기서 중징계는 기관경고부터다. 중징계 땐 금융사 취업이 3~5년간 제한되고 증권사들은 영업에 차질을 빚는다.

사안의 중대성과 민감성 등을 감안하면 내년에야 결론이 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제재 확정 시기를 묻는 말에 "앞으로 두세 번은 더 논의해야 결론을 내릴 수 있다"며 "이번달 남은 회의가 한 번(18일)인 만큼 내년 초에 제재를 확정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