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인사' 체제 속 손현호·안현 사장 승진…신규 임원 예년보다 줄어
SK하이닉스 출신 계열사로 보내 '일류 DNA' 확산…"안정적 변화 관리"

SK그룹이 올해 연말 인사에서 '기술·현장·글로벌'에 방점을 두고 신규 임원의 3분의 2를 연구개발(R&D)과 생산 등 기술과 현장에 특화된 인재로 발탁했다.

인공지능(AI)과 북미 대관 관련 조직도 강화했다.

그룹 리밸런싱(조직개편)의 일환으로 연중 수시 인사를 통해 경영 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 온 데 이어 앞으로도 수시 인사 체계를 구축해 '안정적인 변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SK그룹, 기술·현장·글로벌에 방점…AI·북미대관 조직 강화(종합)
◇ 인사 키워드는 '기술·현장·글로벌'…사장 승진 2명
SK그룹은 5일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각 계열사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 임원인사와 조직개편 사항을 공유·협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의 키워드는 안정적인 변화 관리와 '기술·현장·글로벌'이다.

SK는 이를 통해 사업 핵심 경쟁력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번에 사장 승진자는 총 2명이 나왔다.

SK그룹, 기술·현장·글로벌에 방점…AI·북미대관 조직 강화(종합)
손현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지원팀장(부사장)이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돼 경영전략 설계와 재무 전문성을 살려 SK디스커버리의 경쟁력 강화를 이끌 예정이다.

이와 함께 안현 SK하이닉스 N-S 커미티 담당이 사장으로 승진, 개발총괄(CDO)을 맡아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리더십을 공고화하고 D램과 낸드 기술경쟁력 강화를 진두지휘하게 된다.

SK그룹, 기술·현장·글로벌에 방점…AI·북미대관 조직 강화(종합)
앞서 SK이노베이션은 통합 법인 출범(11월 1일)을 앞두고 지난 10월 SK에너지와 SK지오센트릭,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계열사 3곳의 CEO를 이공계 출신 기술·현장형 인물로 교체한 바 있다.

SK 관계자는 "'안정적 변화 관리'를 위해 수시 인사 체계가 새로운 기조가 될 전망"이라며 "올해를 수시 인사의 원년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 신규 임원 3분의 2는 현장·기술 특화 인재
이번 인사에서 신규로 선임된 임원은 총 75명이다.

이중 3분의 2는 사업, R&D, 생산 등 현장과 기술 분야에 특화된 인물이라고 SK그룹은 설명했다.

기술·현장 출신 인재 발탁 등을 통해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DT)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취지다.

아울러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2기 출범 등 '지경학' 이슈에 선제 대응이 가능한 인물을 발굴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연구기관에서 기후변화, 신재생 에너지 등 관련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김필석 박사를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환경과학기술원장으로 영입했다.

김 CTO는 지난 2020년부터 최근까지 미국 에너지부의 40여 개 프로젝트를 주도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경쟁력 강화에 나설 예정이다.

SK그룹, 기술·현장·글로벌에 방점…AI·북미대관 조직 강화(종합)
SK온은 운영총괄을 신설하고, 신창호 SK㈜ 포트폴리오 관리(PM) 부문장을 임원으로 선임했다.

신 총괄은 전략·재무·구매·기획 조직 간 협업 강화로 배터리 가치사슬(밸류체인) 최적화에 앞장설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기술·제조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일류 DNA'의 계열사 확산에 나선다.

SK하이닉스 사장을 지냈던 이석희 SK온 CEO가 지난해 말 선임된 데 이어 이번에는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R&D 실장 등을 담당했던 피승호 SK실트론 제조·개발본부장이 SK온 제조총괄로 선임됐다.

피 총괄은 SK하이닉스 시절 해외에 의존하던 기능성 웨이퍼 자체 개발을 주도해 소재부품의 국산화를 이끈 바 있다.

SK실트론과 SK㈜ C&C 등에도 SK하이닉스 출신 임원들을 전환 배치한다.

다만 신규 선임 임원 숫자는 2022년 164명, 2023년 145명에서 지난해 82명으로 급감한 데 이어 올해도 전년 대비 소폭 줄어들었다.

신규 선임 임원 평균 연령은 만 49.4세로, 지난해(만 48.5세)보다 다소 높아졌다.

최연소 신규 선임 임원은 1982년생인 최준용 SK하이닉스 HBM 사업기획 담당이다.

◇ AI·DT 추진 속도…SK아메리카스 대관 총괄에 폴 딜레이니
그룹 계열사의 AI·DT 추진 가속화를 위한 조직개편도 한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전략위원회 산하에 있는 AI·DT 태스크포스(TF)를 확대 운영한다.

유영상 SK텔레콤 CEO가 맡고 있는 AI TF는 AI 추진단으로 확대하며, 윤풍영 SK㈜ C&C CEO가 맡고 있는 기존 DT TF와 별개로 DT 추진팀도 신설한다.

SK그룹, 기술·현장·글로벌에 방점…AI·북미대관 조직 강화(종합)
그룹 전반의 AI 역량 결집을 위한 AI R&D 센터를 SK텔레콤 주도로 신설하고, SK하이닉스 등 계열사 간 시너지 강화에도 나선다.

SK㈜는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AI 혁신 담당 조직을 신설해 성장 사업 발굴에 나선다.

SK는 11월 'SK AI 서밋'에서 관련 생태계 확장과 반도체·바이오 등 제반 사업을 아우르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그룹 차원의 미래 성장 사업을 발굴할 SK㈜의 신설 조직인 성장 지원 담당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이 겸직해 경영 보폭을 넓힌다.

SK그룹, 기술·현장·글로벌에 방점…AI·북미대관 조직 강화(종합)
올해 상반기 SK그룹의 북미 대외 업무 컨트롤타워로 신설된 SK아메리카스는 대관 총괄에 폴 딜레이니 부사장을 선임했다.

폴 딜레이니 부사장은 미 무역대표부(USTR) 비서실장, 미 상원 재무위원회 국제무역고문 등을 역임하다 지난 7월 SK아메리카스에 합류했으며 이번 인사에서 그룹 북미 대관 총괄로 역할을 확대하게 됐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8개 위원회 조직 구조와 소수 정예 기조는 유지하면서 기존에 육성된 인력은 계열사 현장으로 전진 배치한다.

SK그룹 관계자는 "기술 현장 글로벌 중심 인사로 사업 본연의 경쟁력에 집중하는 한편, 연중 한발 앞선 수시 인사를 통해 빠른 조직 안정과 실행 중심의 기업문화 정착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말 사실상 2선으로 물러났던 부회장단 가운데 조대식 SK㈜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이번에 퇴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SK 측은 "퇴임 여부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