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파괴적인 혁신(disruption)이 ‘뉴노멀’입니다.”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니션호텔에서 열린 ‘AWS 리인벤트’ 3일 차 행사에 기조연설자로 나선 스와미 시바수브라마니안 아마존웹서비스(AWS) 인공지능(AI)·데이터 부문 부사장은 “오늘날의 기술 발전은 먼저 큰 발걸음을 내디딜 때만 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AWS에서 18년간 경력을 쌓은 그는 “우리는 모든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모델을 제공할 각오가 돼 있다”며 자사 AI 플랫폼 ‘베드록’의 대대적인 확장을 선언했다.

○‘AI 장터’에 韓 기업 모델 입점

'아마존 마켓' 뚫은 韓 토종 AI…글로벌 무한확장 발판 마련했다
AWS는 이날 ‘아마존 베드록 마켓플레이스’를 출시했다. 베드록 마켓플레이스는 이름 그대로 일종의 장터다. 다만 다양한 소프트웨어(SW)와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기존의 AWS 마켓플레이스와 달리 AI에 특화됐다. 베드록을 사용하는 개발자들이 특정 언어와 목적에 맞게 설계된 100여 개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보다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시바수브라마니안 부사장은 “베드록의 통합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건 물론이고 베드록의 가드레일(안전장치)과 개인정보 보호 기능도 활용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의 모델도 포함됐다. 업스테이지의 ‘솔라프로’와 ‘솔라미니’, LG AI연구원의 ‘엑사원’, 엔씨소프트의 ‘바르코’ 등 3개 기업의 4개 모델이다. 특히 업스테이지는 이날 리인벤트에서 매개변수(파라미터) 220억 개를 갖춘 솔라프로를 처음 공개했다. 박은정 업스테이지 공동창업자 겸 미주법인장은 “신라면세점에 입점한 것과 같다”며 “베드록에 오르는 건 매우 큰 목표였는데 이번에 드디어 달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해당 기업들은 베드록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자사 모델의 글로벌 시장 진출과 수익화라는 목표를 동시에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하나의 변화는 사용자 수요가 높은 몇몇 파운데이션 모델을 베드록에 추가로 적용한 것이다. 베드록은 다양한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단일 API를 통해 제공하는 AI 플랫폼이다. 개발자들은 베드록을 이용하는 것만으로 노바(아마존), 클로드(앤스로픽), 라마(메타) 등 다양한 모델을 골라서 쓸 수 있다. AWS는 이날 여기에 루마AI의 ‘레이2’와 풀사이드의 AI 비서 ‘포인트’와 ‘말리부’, 스태빌리티AI의 ‘스테이블 디퓨전 3.5 라지’ 등을 추가했다.

○공격적인 AI 생태계 확대 나선 AWS

머신러닝 오픈소스 플랫폼 ‘세이지메이커’도 업그레이드됐다. 세이지메이커를 이용하는 개발자들이 자체 AI 모델을 구축·학습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코메트, 딥체크, 피들러, 라케라가드 등의 앱을 추가한 게 핵심이다. 사용자들이 해당 앱을 사용하면 세이지메이커 인터페이스 내에서 대부분의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인터페이스 전환에 따른 위험성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AWS가 이처럼 자체 플랫폼의 AI 생태계를 대폭 확대한 건 이미 선점한 클라우드 시장의 장악력을 높이려는 목적이 크다. 베드록과 세이지메이커 등 자체 플랫폼을 원하는 AI 모델을 골라서 쓸 수 있는 하나의 커다란 ‘AI 그릇’으로 만들어 기존 사용자는 물론이고 이제 갓 AI 시장에 진입한 개발자가 AWS 클라우드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라스베이거스=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