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사이에서 비상계엄의 여파로 자칫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화채 시장에서 대외 신인도 훼손으로 글로벌 기관의 투자심리가 식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도 금리 변동성이 높아졌다.

5일 NH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국내 기업 외화채 규모는 총 52조2000억원이다. 올해 42조8000억원보다 9조4000억원 늘어났다. 그만큼 외화채 차환 부담도 커졌다. 내년 외화채 첫 발행 주자로 대기 중인 한국수출입은행을 포함해 한국주택금융공사, 하나은행 등이 연초 조달에 나설 계획이다.

문제는 국내 기업 외화채 전반의 대외 신인도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소식이 외신을 통해 알려지자 외화채 발행을 주로 주관하는 외국계 증권사로 글로벌 투자자의 문의가 빗발쳤다. 투자자 신뢰도가 떨어지며 외화채 조달에 따른 이자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일부 채권은 투자자를 못 채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3일 발행된 한국 정부의 첫 호주달러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이 주목받는다. 아직 자금 납입 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만큼 외평채를 매수하기로 한 일부 투자자가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4일 글로벌 투자자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해당 채권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공문을 보냈다”며 “오는 10일 예정된 최종 납입 완료까지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전문가들도 당분간 국내 기업이 발행하는 외화채에 대한 불안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비슈누 바라단 미즈호증권 아시아리서치책임자는 “이번 사태로 불거진 한국물 전반의 정치적 리스크가 쉽게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회사채 시장 상황도 비슷하다. 내년 1분기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24조6027억원에 달한다. 그동안 줄곧 내림세를 보인 시중금리는 이번 사태의 여파로 일제히 급등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