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둥켈플라우테, 고요한 밤에 배우는 교훈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에너지 생산 불안해진 유럽
햇빛·바람 적어 발전량 감소
재생에너지 의존에 에너지 위기
값싼 러시아 가스 막혀 이중고
獨, 탈원전 정책에 경쟁력 잃어
에너지 정책, 정치와 분리해야
정용훈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햇빛·바람 적어 발전량 감소
재생에너지 의존에 에너지 위기
값싼 러시아 가스 막혀 이중고
獨, 탈원전 정책에 경쟁력 잃어
에너지 정책, 정치와 분리해야
정용훈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이제 곧 성탄절이다. “고요한 밤”으로 시작되는 성탄 노래가 흘러나올 것이다. 이 ‘고요한 밤’이 유럽에 에너지 문제를 가져왔다. 겨울이 돼 난방 수요 등이 늘어나는데 바람도 불지 않고, 낮이 짧은데 구름이 가득한 날이 지속되면서 풍력과 태양광을 대폭 늘린 유럽 국가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문제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현상이 바로 ‘둥켈플라우테(Dunkelflaute)’다. 이는 독일어로 ‘어두운 침체’를 의미하며, 햇빛과 바람이 거의 없는 기후 현상을 가리킨다. 최근 유럽에서 둥켈플라우테 현상이 심화하면서 에너지 생산의 불안정성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기후 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 확보라는 두 가지 중요한 요인 모두를 고려할 때가 도래한 것이다.
기후변화로 고위도 지역의 온도가 주로 상승하면서 지역 간 온도 차가 줄어든다. 온도 차가 줄어들면 바람도 감소하며, 물의 증발이 많아지므로 자연스럽게 구름의 양도 늘어난다. 구름이 덮으면 온실효과는 증대돼 더욱 바람은 죽어간다. 이런 상황에 태양광과 풍력만 늘려서 기후변화에 대처하겠다는 것은 모순적이다. 기후변화는 간헐성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더욱 키운다. 바람과 태양이 있으면 좋고, 없어도 문제가 전혀 없어야 기후변화 대처가 가능하고, 에너지 안보도 챙길 수 있다.
둥켈플라우테로 인해 유럽에서는 가스 발전량이 폭증하고 가스 가격은 상승한다. 이런 상황은 유럽의 에너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으며, 가스 의존도를 더욱 높이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그간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저렴한 가스에 의존해 간헐성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정책을 펼쳐왔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런 의존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에너지 안보가 필수 요소가 되면서 러시아 가스를 대체할 수 있는, 그리고 장기적으로 기후 위기에도 대처할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해졌다. 이로 인해 유럽은 원자력을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했고, 이는 향후 에너지 믹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은 유럽 내에서 가장 큰 원전 이용국이었으나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며 모든 원전을 종료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독일 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많은 기업이 생산 축소 또는 해외 이전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는 산업 생산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2022년에는 16%였던 기업들이 생산 축소를 고려하는 비율이 지난해 31%, 올해는 40%로 급증했다. 이런 현상은 독일이 현재 전력 순수입국으로 전환했다는 사실에서도 잘 드러난다.
독일이 탈탄소와 탈원전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발생한 문제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산업 생산 감소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드는 것은 긍정적인 결과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산업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서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독일 내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탄소중립을 당하는 상황으로 비판받고 있다.
깨끗하고 안전하며 경제적인 에너지원은 정치적 입장이 아니라 정량적 지표를 통해 선택해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량, 발전량당 사망자 수, 경제성 지표에서 원자력발전은 재생에너지와 동등하거나 더욱 우수한 지표를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온실가스 배출은 원자력이 풍력과 비슷하며, 태양광보다는 훨씬 적다. 사망자 또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는 차이가 없다. 최신 원전은 더욱 우수한 지표를 보이고 있다.
옷이나 모자는 선호하는 색깔에 따라 결정해도 된다. 그러나 에너지는 선호하는 색깔에 따라 결정해서는 안 된다. 정량적 지표를 무시하면 언제나 나만 손해를 본다. 유럽의 둥켈플라우테를 반면교사 삼아 우리의 에너지 믹스를 결정할 때는 과학적 근거와 자연법칙에 기반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재생에너지냐 원자력이냐 정치적 입장에 따라 논쟁할 시간이 없다. 각자 최선을 다해도 탄소중립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기후위기 대처와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는 에너지를 정치에서 분리해야 한다. 고요한 밤은 온다. 길게, 자주 올 것이다.
이런 문제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현상이 바로 ‘둥켈플라우테(Dunkelflaute)’다. 이는 독일어로 ‘어두운 침체’를 의미하며, 햇빛과 바람이 거의 없는 기후 현상을 가리킨다. 최근 유럽에서 둥켈플라우테 현상이 심화하면서 에너지 생산의 불안정성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기후 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 확보라는 두 가지 중요한 요인 모두를 고려할 때가 도래한 것이다.
기후변화로 고위도 지역의 온도가 주로 상승하면서 지역 간 온도 차가 줄어든다. 온도 차가 줄어들면 바람도 감소하며, 물의 증발이 많아지므로 자연스럽게 구름의 양도 늘어난다. 구름이 덮으면 온실효과는 증대돼 더욱 바람은 죽어간다. 이런 상황에 태양광과 풍력만 늘려서 기후변화에 대처하겠다는 것은 모순적이다. 기후변화는 간헐성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더욱 키운다. 바람과 태양이 있으면 좋고, 없어도 문제가 전혀 없어야 기후변화 대처가 가능하고, 에너지 안보도 챙길 수 있다.
둥켈플라우테로 인해 유럽에서는 가스 발전량이 폭증하고 가스 가격은 상승한다. 이런 상황은 유럽의 에너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으며, 가스 의존도를 더욱 높이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그간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저렴한 가스에 의존해 간헐성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정책을 펼쳐왔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런 의존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에너지 안보가 필수 요소가 되면서 러시아 가스를 대체할 수 있는, 그리고 장기적으로 기후 위기에도 대처할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해졌다. 이로 인해 유럽은 원자력을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했고, 이는 향후 에너지 믹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은 유럽 내에서 가장 큰 원전 이용국이었으나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며 모든 원전을 종료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독일 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많은 기업이 생산 축소 또는 해외 이전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는 산업 생산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2022년에는 16%였던 기업들이 생산 축소를 고려하는 비율이 지난해 31%, 올해는 40%로 급증했다. 이런 현상은 독일이 현재 전력 순수입국으로 전환했다는 사실에서도 잘 드러난다.
독일이 탈탄소와 탈원전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발생한 문제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산업 생산 감소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드는 것은 긍정적인 결과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산업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서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독일 내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탄소중립을 당하는 상황으로 비판받고 있다.
깨끗하고 안전하며 경제적인 에너지원은 정치적 입장이 아니라 정량적 지표를 통해 선택해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량, 발전량당 사망자 수, 경제성 지표에서 원자력발전은 재생에너지와 동등하거나 더욱 우수한 지표를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온실가스 배출은 원자력이 풍력과 비슷하며, 태양광보다는 훨씬 적다. 사망자 또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는 차이가 없다. 최신 원전은 더욱 우수한 지표를 보이고 있다.
옷이나 모자는 선호하는 색깔에 따라 결정해도 된다. 그러나 에너지는 선호하는 색깔에 따라 결정해서는 안 된다. 정량적 지표를 무시하면 언제나 나만 손해를 본다. 유럽의 둥켈플라우테를 반면교사 삼아 우리의 에너지 믹스를 결정할 때는 과학적 근거와 자연법칙에 기반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재생에너지냐 원자력이냐 정치적 입장에 따라 논쟁할 시간이 없다. 각자 최선을 다해도 탄소중립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기후위기 대처와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는 에너지를 정치에서 분리해야 한다. 고요한 밤은 온다. 길게, 자주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