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글로벌 왕따된 국장"…대만·인도는 돌아온 외국인에 강세 [맹진규의 글로벌 머니플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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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글로벌 왕따된 국장"…대만·인도는 돌아온 외국인에 강세 [맹진규의 글로벌 머니플로우]
'트럼프 트레이드'로 흔들리던 신흥국 증시가 일제히 상승세로 접어들었지만 한국 증시만 여전히 수익률 전 세계 최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가매수세에 대만, 인도 등 신흥국에는 외국인 투자자가 돌아왔지만 계엄 사태에 한국 주식은 대규모로 팔아치우고 있어서다. 대통령 탄핵 국면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증시의 '글로벌 왕따'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6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전날 기준 1주일(11월 28일~12월 5일)간 대만 가권지수는 4.35% 상승했다. 미국 S&P500지수(1.27%), 나스닥지수(3.37%)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인도 니프티50지수도 1주일간 3.27% 올랐다. 지난 9월 고점 대비 최대 10.93% 하락한 후 바닥을 찍고 상승세에 접어들었다. 베트남 VN30지수(2.77%) 중국 상하이지수(2.22%) 인도네시아 IDX지수(1.57%) 등 다른 신흥국 증시도 상승하는 추세다.

신흥국 증시가 상승 국면에 접어든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수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대만 증시에는 1주일(11월 28일~12월 5일)간 18억3200만달러(약 2조6010억)가 유입됐다. 외국인들이 대만 주식을 순매수한 것은 주간 기준 지난 10월 셋째주 이후 처음이다. 인도 증시는 지난달 마지막주부터 외국인 순매수세로 전환돼 최근 1주일간 외국인 투자자금 약 11억40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 기간 동안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1조4083억원어치 팔아치웠다. 지난 3일 밤 계엄사태가 일어난 후 4,5일 이틀간 순매도한 금액만 8441억원에 달한다. 신흥국 랠리 속에서도 정치적 리스크가 부각된 한국 증시만 외면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증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톱픽'이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상반기 유가증권시장에서 국내 주식을 22조882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1998년 관련 집계가 시작된 이후 역대 최대 수준이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서만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 순매도액은 17조2725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상반기(21조4566억원) 이후 반기 기준 최대 순매도 규모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가 당분간 약세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증시로의 투자 이민이 가속화되면서 증시 수급이 불안한 가운데 외국인 마저 돌아올 요인이 적어져서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한국 증시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가장 큰 이유는 저평가됐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다른 저평가 신흥국 대비 투자할 요인이 적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에 비춰봤을 때 정치적 문제는 단기 위험 요인이기 때문에 시장은 장기적으로 반등할 것이고 외국인도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외국인의 매도세를 반도체주 비중 축소 과정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주식을 순매도하는 것이 아니라 실적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반도체 비중을 줄이는 과정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전체 외국인 순매수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대한 외국인 순매수를 제외하고 살펴본다면 하반기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