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고지서 출발 못한 열차들 >  전국철도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5일 서울 구로동 한국철도공사 구로차량사업소에 열차들이 정차해 있다. 철도노조는 임금 인상과 인력 충원 등을 촉구하며 이날 무기한 파업을 시작했다. 수도권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제1·3노조도 이날 임금 인상 교섭 결렬 시 6일부터 파업에 들어간다고 예고해 연말 교통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스 1
< 차고지서 출발 못한 열차들 > 전국철도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5일 서울 구로동 한국철도공사 구로차량사업소에 열차들이 정차해 있다. 철도노조는 임금 인상과 인력 충원 등을 촉구하며 이날 무기한 파업을 시작했다. 수도권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제1·3노조도 이날 임금 인상 교섭 결렬 시 6일부터 파업에 들어간다고 예고해 연말 교통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스 1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 5일 아침부터 KTX와 새마을호 등 열차 운행 중단이 잇달아 시민들의 발이 묶였다. 화물열차 운행률도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해 시멘트와 컨테이너 등 물류에서 큰 차질을 빚었다. 수도권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제1·3노조도 최종 협상 결렬 시 6일부터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연말 교통 대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열차 취소에 승객들 ‘발 동동’

이날 오전 서울역에서 만난 60대 이모씨는 “가족 병문안 때문에 전남 순천에 가야 하는데 예매해 둔 열차표가 취소됐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지하철 3호선 마두역(경기 고양)에서 전철을 타고 서울로 통학하는 대학원생 안지만 씨(28)도 연신 휴대전화 시계를 쳐다보며 “철도 파업 때문에 일부러 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사람이 많아 한 대 보내고 20분 넘게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자회사 직원들이 속한 철도노조는 이날 서울역과 부산역, 대전역, 영주역, 광주송정역 등 5곳에서 출정식을 열고 총파업에 나섰다. 철도노조는 기본급 2.5% 인상과 성과급 지급률 개선, 외주화 및 인력 감축 중단, 4조 2교대 승인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는 전날 밤까지 협상을 이어왔지만 임금 문제를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철도노조는 작년 9월 이후 1년3개월 만에 또다시 파업에 들어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파업 참가율은 22.1%(출근 대상자 1만2994명 중 2870명 참가)다. 작년 파업 첫날(21.7%)보다 0.4%포인트 높았다. 화물열차 운행률은 58.8%로 여객 열차보다 피해가 컸다. 코레일 관계자는 “KTX와 수도권 전철 등은 파업하더라도 평상시의 60% 정도로 운행률을 유지해야 하는데, 화물열차는 필수 유지 운행률이 0%라 차이가 크게 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 물류 거점인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ICD)의 철도 수송량은 평소보다 30% 넘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사태 여파로 철도노조 쟁의행위가 정치 투쟁으로 번진 모양새다. 낮 12시부터 시작된 서울역 결의대회에선 “국민은 요구한다, 윤석열은 퇴진하라”는 정치적 구호가 울려 퍼졌다. 최명호 철도노조 위원장은 “국민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계엄령을 내린 윤석열 대통령에게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규탄했다.

○서울 지하철까지 ‘겹파업’ 비상

파업 첫날 열차 운행률(오전 11시 기준)은 평상시 대비 93.3%로 예상보다는 양호한 수준이었지만 시민들은 앞으로가 더 문제라며 불안에 떨고 있다. 수도권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1·3노조도 사측과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6일부터 총파업을 시작할 수 있어서다.

공사는 이날 오후 4시13분부터 1~3노조와 순차적으로 개별 교섭을 하고 있다. 공사 소속 3개 노조 중 1·3노조는 조합원 투표를 거쳐 합법적인 쟁의권을 획득해 최종 교섭 결렬 시 6일부터 총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노조별 조합원 비중은 1노조가 60%로 가장 많고 2노조 16.7%, 3노조 12.9% 순이다.

공사는 정부 지침에 따라 내년도 임금을 2.5% 이내에서 올리겠다고 제시했으나 1노조는 전년도 총인건비 대비 6.6% 인상, 3노조는 2.5% 인상률에다 각종 수당을 포함한 정책 인건비를 반영해달라고 요구 중이다. 신규 채용 인력도 서울시 등이 제시한 400여 명보다 더 많은 600명대로 확정하라고 압박 중이다.

공사 고위 관계자는 “올해 처음으로 교섭권을 얻은 3노조와의 협상에 총력을 기울여 파업의 동력을 최대한 떨어뜨리겠다”고 강조했다.

이인혁/김다빈/오유림/최해련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