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국회 출석직전 면직…도피설 돌자 "출국 안한다"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했다고 알려진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사의를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수용했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로,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주도한 것으로 거론되는 군내 ‘충암파’의 핵심으로 꼽힌다. 검찰은 내란 혐의로 고발된 김 전 장관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했다.

대통령실의 김 전 장관 면직 발표는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국회 현안질의가 시작되기 1시간 30분 전인 오전 8시 30분에 이뤄졌다. 김 전 장관이 면직되면서 현안질의에는 김선호 국방부 차관이 참석했다. 김 전 장관이 국회에 출석해 계엄 선포 과정에 대해 설명하려는 것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한 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전 장관 면직 처리로 그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도 자동 폐기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김 전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김 전 장관은 이로부터 30여분 후에 “비상계엄과 관련한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장관직은 내려놨지만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수사는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그는 야당과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내란죄 혐의로 고발돼있다. 야권 일각에서는 김 전 장관의 해외 도피 가능성 제기됐지만 그는 한 언론에 “절대 아니다. 정치 선동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한 배경에 대해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내 신조탑에 쓰여있는 신조들 중 ‘우리는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택한다’는 문구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예비역 육군 대장인 최병혁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를 지명했다. 최 후보자는 육사 41기로, 육군참모차장과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 등을 지냈다. 2020년 육군 대장으로 전역해 2021년 윤석열 대선캠프에 합류했다. 지난해 12월 주사우디 대사로 발령났다.

최 후보자는 김 전 장관의 육사 세 기수 후배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헌신적 자세로 임무를 완수하는 원칙주의자로 상관에게 직언할 수 있는 소신을 겸비했다”고 설명했다.

한재영/도병욱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