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몰랐습니다” >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왼쪽부터)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5일 국회에 출석해 비상계엄 사태에 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이 장관과 조 장관은 “국무위원들이 우려를 표했다”고 했다.   강은구 기자/뉴스1/연합뉴스
< “몰랐습니다” >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왼쪽부터)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5일 국회에 출석해 비상계엄 사태에 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이 장관과 조 장관은 “국무위원들이 우려를 표했다”고 했다. 강은구 기자/뉴스1/연합뉴스
5일 국회에 출석한 국무위원과 군 고위 관계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3일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일제히 “반대했다” “몰랐다”는 등의 입장을 내놨다.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된 육군참모총장조차 “대통령의 발표를 보고 계엄 선포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 등 극소수가 비밀리에 계엄을 계획했고, 국무위원과 참모들의 반대에도 밀어붙였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제야 “반대했었다”

김선호 국방부 차관은 이날 국방위 긴급현안질의에 출석해 무장한 군인들이 헬기를 타고 국회에 진입한 것을 두고 “이런 계엄에 병력이 동원된 것에 근본적으로 반대해왔고 부정적 의견을 내왔다”고 말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이날 아침 사표가 수리돼 출석하지 않았다.

김 차관은 국방부 장관 직무대리를 맡고 있다. 계엄에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는 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 여인형 방첩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등도 불출석했다.

같은 시간 행정안전위원회에 나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비상계엄 선포 직전인 3일 밤 열린 국무회의에서 “(회의에 참석한) 모든 국무위원이 다 우려했고, 저도 여러 번 우려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충암고 출신들이 모여 비상계엄을 논의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충암고끼리 모인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해 “(국무회의에서) 저는 (계엄 선포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계엄 선포가 위헌이라고 답했다가 “정확히 말씀드리면 계엄령 선포에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위헌 여부는 제가 판단할 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전공의 미복귀 시 처단’ 내용을 담은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에 대해선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계엄 사태 핵심 지휘부인 국방부와 군 관계자도 계엄령 선포 직전까지 이를 알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대장)은 “계엄 사실을 언제 알았냐”는 질문에 “대통령 담화를 보고 바로 이어진 전군지휘관회의에서 명확히 인지했다”고 답했다. 박 총장은 국회 병력 투입 역시 자신이 지시하지 않았고, 투입 여부도 처음에는 몰랐다고 했다. 국회에 들어온 계엄군에게 실탄이 지급됐냐는 질문에도 “진짜 모른다. 투입된 것도 몰랐다”고 했다.

계엄사령부 포고령의 위법성 여부에 대해서도 박 총장은 “제가 (내용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몰랐고 전문성이 없었다”고 했다. 포고령 작성 주체를 두고도 김선호 차관은 “확인할 수 없고, 국방부에서 작성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김 차관은 국회 병력 투입에 대해서는 “장관이 지시했다”고 말했다.

○여야 한목소리 ‘질타’

야당 의원들은 군과 정부를 향해 “내란죄”라며 비판 수위를 끌어올렸다. 여당 의원들도 “참담한 마음”이라고 꾸짖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신정훈 행안위원장은 “계엄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계엄 선포 요건과 절차를 충족시키지 못한 명백한 반헌법적, 불법적 국기문란 사건이자 내란 행위”라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흔든 명백한 반국가적 내란”이라고 했다. 국방위 소속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포고령 1호에 ‘정치활동 금지’를 명시한 것을 두고 “이 포고령을 만든 근원인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위법하고, 따라서 내란죄”라고 비판했다.

“몰랐다”는 주장을 되풀이한 박 총장을 향해 추미애 의원은 “허수아비를 데리고 현안 질의할 필요가 있냐”고 질타했다. 안규백 의원은 박 총장을 ‘당신’으로 칭하면서 “대한민국 국민에게 총칼을 겨눴다.

민족의 이름으로 단두대에서 처단돼야 할 인물”이라고 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