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비상 계엄 사태 후폭풍이 산업계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트럼프 리스크와 중국의 추격 등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환경에 불확실성이 더해졌기 때문입니다.

산업부 고영욱 기자 나와 있습니다.

고 기자. 현재 재계 분위기 어떻습니까.

<기자>

네 재계 주요기업들은 당혹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갑작스러운 계엄선포 사태와 대통령 탄핵소추로 정국이 급변하면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더해졌기 때문입니다.

삼성과 LG, SK 등 주요 기업 대부분은 이미 비상경영을 하고 있던 차였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관세 폭탄을 예고한데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을 위해 특사를 보내 국제정세 변화도 예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재계 한 고위인사는 이번 사태를 두고 “생물처럼 계속 움직이는 상황인 만큼 뭔가를 파악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면서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여당이 당론으로 탄핵 반대를 채택했지만 무기명 비밀투표인 만큼 이탈표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국회에서 야당의원 192명에 여당의원 8명이 찬성하면 탄핵안이 가결되고. 대통령 직무는 정지됩니다.

재계 각 기업들은 이번 사태로 인한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내년 경영을 책임지는 재계 연말 사장단 인사가 마무리됐습니다.

일부 파격인사도 있었지만 대체로 대대적 변화 보다는 경영 안정을 도모했다는 평가입니다.

지정학적 위기에 국내 정치까지 탄핵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내년 경영 전략은 그 어느때보다 '리스크' 관리에 방점이 찍힐 전망입니다.

정재홍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오늘 발표된 SK 사장단 인사 키워드는 기술 강화와 경영 안정입니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등 주요 계열사 CEO 대부분이 유임됐습니다.

지난해 부회장단 4명이 2선으로 후퇴하는 등 대대적 세대교체를 단행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상반기부터 진행한 그룹 구조조정으로 일부 계열사 인사가 교체됐다는 점도 고려됐습니다.

대신 전사 역량을 인공지능(AI)에 집중하기로 한 만큼 기술 인재 발탁은 빼놓지 않았습니다.

HBM으로 나홀로 성장을 이룩한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기술통으로 꼽히는 안현 사장을 개발총괄로 승진 임명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연구기관에서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이끈 김필석 박사를 최고기술책임자(CTO)에 영입했습니다.

기술 중심 인사에서 눈에 띄는 건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에 대비해 미국 대관 역량을 강화했다는 점입니다.

이에 따라 앞서 미 무역대표부 비서실장 등을 역임한 폴 딜레이니 부사장이 북미 대관 총괄을 맡아 향후 트럼프 행정부와 소통합니다.

SK 사장단 인사를 끝으로 삼성과 현대차, LG 등 주요 그룹의 연말인사가 마무리됐습니다.

현대차가 호세 무뇨스 CEO를 임명하며 첫 외국인 CEO라는 파격인사를 선택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안정을 택했습니다.

삼성전자는 기존 3인 부회장 체제를 확립하며 반도체 사장단 쇄신만 단행했고, LG전자 역시 조주완 사장이 유임하며 사업조직을 효율화하는데 집중했습니다.

실적 반전을 만들기 위해 기술력 진보에 역량을 쏟아야 하는 시기, 우리 기업들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새로운 정치변수까지 고려해야하는 처지입니다.

환율 등 주요 경제지표가 흔들리는 한편, 해외 바이어 미팅이 취소되는 등 글로벌 사업에 대한 타격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특히 미국 전기차·반도체 생산기지 완공을 앞두고 국내 정치 불안정성이 기업과 정부의 민관협력까지 해칠까 우려도 나옵니다.

[박주근/리더스인덱스 대표: 삼성이나 SK, 현대차는 (트럼프 리스크로) 보조금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고, 국내에서는 반도체법이 표류할 가능성이 크고요. 만약에 정권이 바뀐다 그러면 기업들은 더 변수가 생깁니다. 기업들이 중장기 계획 보다는 실시간 대응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삼성과 LG가 이달 중순 각자 글로벌 경영회의를 펼치는 등 재계는 내년 경영 전략을 구체화합니다.

경영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그 어느때보다 경영 전략 초점이 위기 대응에 맞춰질 전망입니다.

한국경제TV 정재홍입니다.

<앵커>

고 기자 대통령실과 국무위원 총사퇴까지 이어지는 상황입니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건 뭡니까.

<기자>

최근 몇 년간 국내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한 돈이 100조원이 넘습니다.

내년 1월 미국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보조금이나 관세 등 정부차원의 협상과 기업으로의 정보공유가 필요한데요.

국무위원 사퇴 표명 등 콘트롤타워 마비로 협상력이 약화될 우려가 큽니다.

이와 관련해 전효성 기자 리포트 보고 오시겠습니다.

<기자>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을 한 달 넘게 남겨두고 있지만 벌써부터 관세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멕시코·캐나다에 25% 관세를 물리겠다고 엄포를 놓은데 이어, 어제는 과거 '한·미FTA 폐기'를 주장했던 피터 나바로를 무역 수석고문에 내정했습니다.

이날 트럼프 당선인은 SNS에서 "피터 나바로는 한·미 FTA같은 불공정한 협정을 재협상하는데 도움을 줬다"며 한국을 향한 무역 공세를 노골화했습니다.

문제는 계엄 여파로 국무위원 전원과 대통령실 참모진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이같은 공세에 대응할 컨트롤 타워가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사의가 수용될 때까지 기존 업무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중요 일정을 줄줄이 취소하는 등 공백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산업계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손질하겠다고 밝힌 반도체지원법(칩스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한 불확실성을 특히 경계하고 있습니다.

두 법안은 바이든 정부가 첨단 산업을 미국에 유치하기 위해 만든 법안인데 트럼프 당선인은 두 법안이 미국에 불리하게 설계됐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입니다.

취임 직후부터 IRA와 칩스법에 대한 손질을 예고한터라 우리 정부도 대미 외교에 나서야 하는 시점이지만 적기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반도체 업종은 최근 미국으로부터 HBM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는 조치까지 받게됐는데, 국내 기업에 불리한 조치를 속절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겁니다.

[김성준 /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공공선택학회장): 지금은 트럼프의 T자와 연결된 모든 사람들과 접촉해야 돼요.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아예 손을 놓고 있으니까 아무것도 대응이 안 되는 상태고…]

실제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인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이 14일 방한할 예정이었지만 계엄 여파로 취소되면서 외교 공백의 틈은 점차 벌어지는 중입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공약에서 모든 수입품에 대해 최대 20%의 보편 관세까지 언급한 상황.

미국 중심의 냉혹한 외교 현실이 경제 컨트롤 타워가 사라진 한국에겐 더욱 차갑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전효성입니다.

<기자>

조금 더 설명을 덧붙이면 이런 국가 핵심 수출 산업을 지원하는 법안이나 예산이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고요.

철강이나 석유화학처럼 위기를 겪고 있는 산업에 대한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원전처럼 현 정부에서 밀고 있는 산업의 경우에는 성장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기에 현대차와 기아 등이 소속된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오늘부터 부분 파업에 돌입했는데요. 11일부터는 정권퇴진까지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해 생산 차질이 우려됩니다.

어제 오늘 경제부처 수장들이 탄핵 여부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여파 크지 않다며 안정화에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만 산업현장의 체감은 한파 그 자체입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한국 경제가 내년 1%대 성장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파고가 거세진 상황에서 오는 7일 국회 탄핵 표결 결과와 이후 정국의 향방에 관심이 쏠립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산업부 고영욱 기자였습니다.


고영욱 기자·정재홍 기자·전효성 기자 yyko@wowtv.co.kr
가뜩이나 어려운데 탄핵정국까지...韓 경제 어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