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안수 육군참모총장(왼쪽부터)과 김선호 국방부 차관이 5일 국회에 출석해 비상계엄 사태에 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왼쪽부터)과 김선호 국방부 차관이 5일 국회에 출석해 비상계엄 사태에 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는 국방부 장관을 포함한 국내 극소수 인사와 논의해 실행에 옮긴 것이라는 증언이 나왔다.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대장)은 “대통령의 발표를 보고 계엄 선포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국방부 내 참모들의 반대에도 계엄을 밀어붙인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이 유지되고 있던 4일 오전 1시께 계엄사령부 상황실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 개시·포고문, 김용현이 전달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 출석한 김선호 국방부 차관은 계엄 선포 당시 군대가 국회에 투입된 것에 대해 “이런 계엄에 병력이 동원된 것에 근본적으로 반대해왔고, 부정적 의견을 내왔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이날 아침 사표가 수리된 김 전 장관을 대신해 국방부 장관 직무대리를 맡고 있다. 계엄에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는 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 여인형 방첩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등은 불출석했다.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 총장은 “계엄 사실을 언제 알았냐”는 질문에 “대통령 담화를 보고, 바로 이어진 전군지휘관회의에서 명확히 인지했다”고 답했다. 박 총장은 국회 병력 투입 역시 자신이 지시하지 않았고, 투입 여부도 처음에는 몰랐다고 했다. 국회에 들어온 계엄군에 실탄이 지급됐냐는 질문에도 “진짜 모른다. 투입된 것도 몰랐다”고 했다. 김 차관은 국회 병력 투입에 대해 “장관이 지시했다”고 말했다.

박 총장은 김 전 장관이 “모든 군사활동은 장관이 책임진다. 명령 불응 시 항명죄가 된다”고 일선 지휘관들을 압박했다고도 했다. 이후 김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모든 권한을 위임받았다며 계엄사령부에 지휘권을 행사했다. 국회에 병력을 투입한 것도, 철수한 것도 모두 김 전 장관이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격한 표현으로 위법 논란이 일었던 포고령 역시 김 전 장관이 계엄사령관인 박 총장에게 직접 전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포고령을 건네받은 박 총장은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김 전 장관이 “이미 검토를 마쳤다”며 발표를 재촉했다고 한다. 박 총장은 ‘22시’로 표기된 발령 시간만 ‘23시’로 수정했고, 그대로 공포됐다는 설명이다.

○尹, 4일 새벽 계엄사 찾아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직후 계엄사령부 상황실을 찾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총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4일 오전 1시께 계엄사령부 상황실이 설치된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을 찾았다. 윤 대통령은 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김 전 장관, 박 총장과 함께 들어가 대화했다고 한다. 다만 박 총장은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병력이 국회에 투입됐을 당시 곽 사령관이 의원들과 시민들의 저항을 막기 위해 테이저건과 공포탄 사용을 건의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총장은 “합참 계엄과장 등 네 명과 이 사안을 논의했고, 사용하지 않는 쪽으로 정리했다”고 했다.

이날 국방위에서 야당 의원들은 박 총장 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총장을 향해 “허수아비를 데리고 현안 질의할 필요가 있냐”고 질타했다. 안규백 의원은 박 총장을 ‘당신’으로 칭하며 “대한민국 국민에게 총칼을 겨눴다. 민족의 이름으로 단두대에서 처단돼야 할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박 총장은 전날 김 전 장관에게 사의를 표명했지만 윤 대통령이 반려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