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선포 사태 이후 법학·의료계에서 시국선언이 이어지는 등 후폭풍이 확산하고 있다.

60년 전통의 한국법학교수회가 5일 긴급 대의원총회를 열어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성명을 발표했다. 조홍식 서울대 교수(회장)를 비롯한 279명의 교수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3일 밤 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과 국회 계엄군 투입은 헌정질서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린 중대한 사태”라고 규정했다.

성명에 따르면 이번 계엄령은 선포 요건과 절차 모두 헌법을 위반했다. 교수회는 “헌법상 비상계엄은 전시·사변이나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서만 선포할 수 있지만 현재 대한민국이 이런 상태가 아님은 명백하다”며 “헌법이 규정한 ‘지체 없는 국회 통고’ 절차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태로 윤 대통령의 헌법수호 의지에 심각한 의문이 든다”며 “헌정질서와 법치주의 근간을 무너뜨린 데 대해 엄중한 법적·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2000여 명 회원을 둔 대한법학교수회(회장 백원기)도 성명을 통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과 헌정질서를 파괴한 내란행위”라며 “국회는 즉각 탄핵 절차를 밟고 헌법재판소는 국민을 위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료계도 비상계엄 반대 대열에 가세했다. 대한병원협회는 이날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병협은 “전공의를 반국가세력으로 몰아 ‘처단’하겠다는 표현에 강력 항의한다”고 밝혔다. 의개특위는 이달 말 비급여와 실손보험 개선 방안 등을 포함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시국선언문을 통해 “의료 개악을 중단하고 대한민국 의료를 정상화하라”며 대통령 하야를 촉구했다. 전국 40개 의대 학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도 “반대 의견을 표명하면 모두 반국가세력으로 보는 정부의 자폐적 의식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대학가 시국선언도 확산하고 있다. 전날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에 이어 이날 건국대 숙명여대 서울여대 홍익대 등이 잇따라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건국대 학생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을 수호할 책무가 있는 대통령이 국민을 짓밟고 있다”고 성토했다. 서울 지역 대학생들은 7일 탄핵 투표일에 맞춰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 ‘대학생 시국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안정훈/허란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