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했다고 알려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사진)이 ‘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을 막기 위해 군병력을 국회에 투입했다’는 요지의 입장을 내놨다.

김 전 장관은 5일 SBS 기자와의 문자메시지 대화에서 “국회에 계엄군을 보낸 건 계엄 해제 표결을 막기 위해서인가”라는 질문에 “네. 최소한 필요한 조치였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계엄군은 지난 4일 0시35분 우원식 국회의장이 계엄 해제 안건 상정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착석하고 4분 뒤 국민의힘 당대표실 유리창을 깨고 국회 본청에 진입했다.

김 전 장관의 이날 답변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혐의 수사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형법상 내란죄를 구성하는 국헌문란은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 기관의 기능 행사를 강압으로 불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측은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저지할 의도도 없었고, 실제로 저지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계엄군이 예상보다 늦게 국회에 투입돼 표결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해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의 지시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V(대통령) 지침. 국민 안전, 유혈사태 방지 최우선, 경찰 우선 조치. 군은 최소한 1시간 이후 투입’이라고 문자메시지에 썼다. 그는 또 기자에게 “종북주사파를 비롯한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헌법가치 헌정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고민이었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전날 밝힌 사의를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이 수용하면서 국회 현안질의에 출석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의 김 전 장관 면직 발표는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국회 현안질의가 시작되기 1시간30분 전인 오전 8시30분에 이뤄졌다. 김 전 장관이 국회에 출석해 계엄 선포 과정에 대해 설명하려는 것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한 시도라는 지적이 나왔다.

야권 일각에서는 김 전 장관의 해외 도피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그는 한 언론에 “절대 아니다. 정치 선동”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내란 혐의로 고발된 김 전 장관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예비역 육군 대장인 최병혁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를 지명했다.

도병욱/김종우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