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두 개로 쪼개져 있던 전장(전자장치)사업 조직을 미국 자회사 하만 중심으로 일원화했다.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산하 ‘전장사업팀’을 ‘하만협력팀’으로 변경해 삼성 전장사업의 중심이 하만이란 걸 명확하게 했다.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전장사업의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분산된 역량을 하나로 통합하기로 한 것이다.

○664조원 전장 시장 본격 공략

[단독] '하만협력팀' 떴다…삼성, 664조원 전장 시장 공략
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조직개편에서 전장사업팀 이름을 교체했다. 하만을 중심으로 전장사업을 하기 위해서다. 2017년 한식구가 된 하만은 지금까지 삼성이 인수한 최대 규모 기업이다. 인수 금액만 9조4000억원에 달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등기이사에 오른 뒤 진행한 첫 초대형 인수합병(M&A)이었다. 인수 첫해 600억원에 불과했던 하만의 영업이익은 삼성과의 시너지가 본격화하면서 지난해 1조1737억원으로 뛰었다.

하만의 사업은 크게 오토모티브(전장)와 라이프스타일(소비자용 제품)로 나뉜다. 원래 주력은 JBL, AKG, 하만 카돈, 마크 레빈슨, 렉시콘 등 명품 스피커 브랜드를 거느린 라이프 스타일 분야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실적 개선을 이끈 건 전장 부문이다. 2018년 디지털 콕핏을 시작으로 헤드업디스플레이(HUD), 인포테인먼트 등 다양한 전장 제품을 BMW 도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 납품한 덕분이다.

삼성은 앞서 하만의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M&A도 했다. 지난해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룬’과 프랑스 오디오 소프트웨어 업체 플럭스엔지니어링 등을 손에 넣었다.

○‘초연결’ 비전 핵심 역할 담당

삼성이 전장에 힘을 주는 건 자동차의 모든 기능이 디지털로 바뀌면서 관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어서다.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2626억달러(약 372조원)였던 세계 전장 시장 규모는 2030년 4681억달러(약 664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하나 더 이유가 있다. 모바일과 가전, 모빌리티를 연결하는 삼성의 ‘인공지능(AI) 초연결 전략’에서 하만이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야 해서다. 소비자가 어느 시간에 어디에 있든 하나로 연결되려면 자동차를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만 제품이 수많은 자동차 브랜드에 장착되면 삼성 AI의 초연결 대상도 늘어난다. ‘오디오 명가’였던 하만 홀로 이런 큰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힘든 만큼 관련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가 힘을 보탠다는 게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 메시지다. 두 회사가 올 1월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서 처음으로 공동 부스를 차린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만의 성공 스토리는 반도체 경쟁력 하락 등으로 침체한 삼성전자의 분위기를 쇄신하는 데도 힘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만의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은 9200억원(전년 동기 8300억원)으로 연간 최대 실적을 다시 쓸 것으로 관측된다.

하만의 전장 분야 라이벌은 LG전자와 TCL, 하이센스 등 중국 업체다. LG전자는 최근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S(전장)사업본부의 명칭을 차량용솔루션(Vehicle Solution)사업본부로 바꾸면서 단순 부품 업체를 넘어 혁신 솔루션 제공 업체로 거듭난다는 비전을 내놨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