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
/사진=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
일가족 9명과 함께 귀순했던 탈북민 김이혁 씨가 잠수 사고로 사망한 사실이 알려졌다.

5일 유튜브 채널 '이철은NK TV'는 커뮤니티 게시글을 통해 "네덜란드에서 뜻밖의 비보를 듣고 슬픔에 잠겨 이렇게 글을 올린다"며 "2023년 가족과 함께 목숨을 걸고 서해 해상으로 배를 타고 탈북한 김이혁 님이 어제 뜻하지 않은 잠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슬픈 소식을 알려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억압받고 천대받던 북한 땅을 떠나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날만 남았던 김이혁 님의 비고에 같은 고향 사람으로서 가슴이 미어지고 허무함을 견딜 수 없다"며 "북한 정권의 부조리와 김정은의 만행을 알리는 선구자적 역할을 활발히 하던 김이혁 님이 가시는 길은 억압과 착취가 없는 행복한 길이 되시길 바란다"고 추모했다.

김씨는 지난해 5월 일가족 9명을 목선에 태우고 서해 NLL을 넘어 탈북에 성공해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김씨와 가족들은 그해 12월 BBC 코리아와 인터뷰를 통해 탈북 과정을 전하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 6월 방송된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서 외화벌이 기업소 선단장으로 배 세척을 운영하며 부유하게 살았다고 말했다. 김씨의 수입은 하루 최대 50달러였는데, 북한의 외교관이 1달러 남짓의 월급을 받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부를 취득했다는 것.

하지만 "코로나19로 북한이 바다를 봉쇄해 식량난에 허덕이며 회의감을 느꼈다"며 "2022년 말부터 탈북을 결심했다"면서 3번의 시도 끝에 극적으로 탈북에 성공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김씨는 탈북을 결심한 결정적 이유로 김정은의 딸 김주애와 '세상에 부럼없어라'라는 노래를 꼽았다. 김씨는 "사람이 마지막까지 희망을 붙잡고 있으면 그 환경을 버틴다"며 "김정은 정권 초기에는 혁명적 변화를 기대했는데 김주애가 등장하니까 희망이 없다는 걸 알았다. 인민들이 헐벗고 굶주려야 정권이 유지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딸이 '우리의 아버지 김일성 원수님'이라는 가사의 노래를 불렀는데, 내 자식 먹여 살리기 위해 부모들은 등골이 휘는데, 부모님께 고맙다는 노래가 아닌 김일성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그 상황이 역겨웠다"며 "아이가 유치원에 가기 전에 북한을 떠나자고 결심했다"고 했다.

이후 김씨는 유튜브 채널 '김이혁 유미TV' 등을 운영하며 북한 정권의 부조리를 알려왔다. 또한 한국의 선원이 되기 위해 공부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갑작스러운 부고에 진중권 광운대 교수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업에도 수완이 있고, 서글서글 사교적이고, 수줍은 듯하면서도 대담하고, 남한에서 펼쳐질 장래에 대해서도 의욕이 넘치던 착한 청년이었다"며 "잘 가요, 이혁씨"라는 추모 글을 게재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