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 고객이 일회용품 들고 착석"...과태료 물까?
세종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테이크아웃을 주문한 고객이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들고 카페 자리에 앉자 단속을 나온 시청 공무원에게 경고를 받았다.

A씨는 "손님이 키오스크에서 테이크아웃으로 주문해 일회용품에 담아줬을 뿐"이라며 "손님의 마음이 바뀌어 카페에 앉았다고 과태료를 물게 되는 일이 생기는 건 억울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고객의 변심으로 매장 내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했다가 자영업자가 억울하게 처벌받는 사례를 막기 위해 환경부 예규를 개정한다.

테이크아웃 주문을 한 고객이 마음을 바꿔 매장 내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 등을 사용하면 소상공인이 과태료 처분을 받지 않게 사업자의 면책행위를 예규에 담기로 한 것이다.

실제 카페 등에서 이런 경우가 종종 발생해 점주들이 속을 썩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카페 점주가 손님의 요청에 따라 일회용품을 지급했다가 손님이 곧바로 나가지 않거나 자리에 앉는 바람에 갈등이 생기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자원재활용법상 일회용품 규제를 어기고 매장을 이용하는 손님에게 일회용품을 제공한 사업주에게는 최대 300만원(식품접객업 일회용 플라스틱 컵은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플라스틱 컵을 들고 카페에 착석하는 손님을 일일이 잡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

한 프랜차이즈 카페 관계자는 "소형 프랜차이즈 카페나 개인 카페 등 1인이 운영하는 카페의 경우 주문을 받고 음료를 만들기도 바쁜데 일회용 컵에 음료를 받은 손님이 자리에 앉지 않고 나가는지 확인도 해야 해 고충이 크다"고 말했다.

착석한 손님에게 이를 안내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세종에서 3년 동안 카페를 운영했다는 50대 B씨는 "테이크아웃 손님 10명 중 7명은 '잠깐만 앉아있다 나가겠다'고 한다"며 "점주 입장에서는 잠깐도 안 되기 때문에 얼굴 붉히는 일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지방자치단체가 매장 내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사업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는 167건(67개 지자체)이었다. 그러나 음료를 밖으로 가져가려던 고객이 마음을 바꿔 매장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한 사례는 없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예규를 개정에 대해 "단속하는 사람이 매장에 들어왔을 때 손님이 일회용품 컵을 왜 들고 앉아있는지 그 맥락을 모를 수 있다"며 "점주가 제공한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자체장이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 과태료를 물지 않도록 조치할 수 있으나 '정당한 사유'가 명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