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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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계엄령 선포를 겪었던 조부모 세대가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이 온라인상에서 화제다. 이번 계엄 사태가 장년층의 과거 트라우마를 건드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한 누리꾼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비상계엄 선포 직후 할머니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작성자 A씨는 3일 밤 11시2분에 수신된 문자 내용을 별다른 설명 없이 게재했다.

A씨의 외할머니는 "우리 손자 손녀야 몸조심하자. 계엄령은 경찰이 밉다 싶으면 사람을 무조건 잡아가는 거니까 조심해"라고 걱정하며 "튀는 행동 하지 말고 길 가다가 고성도 지르지 말고 조용히 학교 다녀. 너희는 좀 맘이 놓이긴 하는데 그래도 조심하자"라고 당부했다.

이어 또 다른 누리꾼은 4일 엑스(X·옛 트위터)에 "할머니가 갑자기 전화하셔서 항상 신분증을 들고 다니고 혼자 다니지 말라고 하셨다"며 "군인을 마주치면 절대 안 된다고 우시면서 횡설수설하셨다"고 전했다.

다른 이용자들 역시 "아빠가 걱정돼서 한숨도 못 주무시고 나 일어나는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전화하셨다", "할머니가 새벽 내내 뉴스만 보시고 꼼짝도 하지 않으셨다" 등 장년층이 우려를 보인 모습을 공유했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댓글을 통해 "그 시절 어른들이 안쓰럽다", "뉴스 보자마자 전화를 한 부모님들의 마음이 이해된다" 등 공감하는 반응을 보였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오후 10시 28분경 긴급 대국민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4일 오전 4시 30분부로 비상계엄을 해제했다.

이번 비상계엄은 대한민국에서 1979년 10월 27일 이후 45년 만에 선포된 13번째 비상계엄령이다.

1961년 박정희는 5.16 군사쿠데타 실행 후 계엄령을 선포했으며 전두환은 1979년 10.26 박정희 암살 사건이 발생한 다음 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440여일이 지난 1981년 1월 24일에서야 해제된 최장기간의 비상계엄이다. 이 기간에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이 전국으로 확대됐으며,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나선 민간인을 총칼로 짓밟았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