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김범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김범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 계엄령을 선포한 지 6시간 만에 해제되면서 정보기술(IT) 시대 국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파급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오후 10시23분 긴급 기자 회견을 열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SNS를 중심으로 관련 게시글과 영상이 빠르게 확산됐다. 국민들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상황을 지켜보며 반응했다.

국민 10명 중 7명 "SNS 통해 계엄령 처음 접해"

지난 3일 계엄령 발표 직후 인스타스토리에 올라온 게시물/사진=유지희 기자
지난 3일 계엄령 발표 직후 인스타스토리에 올라온 게시물/사진=유지희 기자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7명은 SNS를 통해 계엄 소식을 처음 접한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6일 한경닷컴이 카카오 다음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 709명 대상으로 '계엄령을 처음 알게된 수단'을 물은 결과 'SNS 등 온라 인커뮤니티'를 통해 알았다는 대답이 73.6%(522명)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어 'TV 방송'은 15%(110명)로 뒤를 이었고 속보알림 7%(50명), 기사 4%(27명) 순이었다.

조사에 참여한 누리꾼들은 "친구가 인스타스토리에 계엄령이 선포됐다는 게시글을 올려 알게됐다", "다음 카페 게시물을 보고 알았다", "카카오톡 단톡방에 관련 소식이 올라오지 않았으면 뒤늦게 알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들은 빠른 시간 내 계엄령이 철회된 배경에는 SNS 역할이 컸다고 평가했다. '빠른 계엄 해제에 SNS 등의 일조했냐'는 물음에 '그렇다'는 응답이 96%(681명)로 압도적이었다.

계엄령을 접한 국민들은 국회에 나와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영상과 사진을 SNS에 올리며 상황을 공유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다음을 포함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가 들끓었고 엑스(X·옛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라이브 채팅 등에도 상황이 빠르게 전달됐다. .

이에 네이버 뉴스와 카페 등에 트래픽이 이례적으로 급증해 한때 오류를 빚기도 했으며 카카오도 트래픽 급증으로 인한 서비스 오류를 우려해 비상대응체제를 구축했다.

당시 엑스 '실시간 트렌드'에 따르면 '비상계엄'과 관련된 글이 100만개 이상 올라오며 구글에도 '게엄령' 관련 게시물이 200만회 이상 작성됐다. 카카오 오픈채팅에 수십개의 계엄 관련 방이 생성됐으며 수만명이 실시간으로 관련 소식을 주고 받았다.

"정치인도 SNS를 타고"…이재명 라방 '238만명' 시청

출처=이재명 대표 유튜브
출처=이재명 대표 유튜브
정치인들도 SNS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실시간으로 국회 상황과 본인의 의견을 공유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계엄 선언 후 바로 본인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켜고 국회 담장을 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했다. 해당 영상은 238만 명이 실시간으로 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국회 본회의 실시간 상황을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라이브로 중계했으며 해당 영상 시청자 수도 61만명으로 집계됐다.

정치인들은 영상뿐 아니라 글과 사진을 통해 실시간으로 의견을 올렸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안철수 국민의 힘 의원등 수많은 정치인들이 개인 SNS에 게시물을 올렸다.
출처= 'X' 갈무리
출처= 'X' 갈무리
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포착된 정치인의 영상은 SNS를 통해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국회 앞에서 계엄군의 총구를 손으로 잡고 소리치는 영상은 엑스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으며 해당 영상은 6일 기준 조회수 857만회에 달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상계엄령 해제안 의결 후 국회에서 잠든 모습이 찍힌 사진의 조회수는 1745만회였다. 박 의원은 해당 사진을 본인의 페이스북에 공유하기도 했다.

"카톡 감시 당하는 거 아냐?"…디지털 망명 우르르

계엄 선포 이후 언론과 집회의 자유가 침해되고, 전화나 인터넷까지도 검열 또는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과거 주로 '물리적 통제'를 우려했던 국민들과 달리 IT 시대에는 '정보의 실시간 통제'가 가장 큰 공포의 원인 중 하나였다.

이에 검열을 피하기 위한 국민들은 해외 기반 서비스로 '디지털 피난'을 떠났다. 카카오 다음의 일부 커뮤니티에서도 인터넷 검열과 서버 다운을 우려해 디스코드와 텔레그램 등의 비상 연락망을 공지로 띄웠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4일 텔레그램은 한국 앱스토어 무료앱 인기차트 3위에 올랐으며 6일 기준 18위에 랭크돼 있다. 평소 텔레그램의 순위가 50위권인 것을 감안하며 계엄령 해제 이후에도 여전히 국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신의 인터넷 프로토콜(IP)을 숨기는 가상사설망(VPN)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같은날 새벽 한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닌자VPN, 유니콘 HTTPS, 노드VPN등이 모두 20위권 내에 랭크됐다. 다양한 재난 상황을 공유받을 수 있는 '안전 디딤돌' 앱 순위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날 기준 안전 디딤돌은 인기 순위 7위에 올랐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