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진, 계엄령부터 동덕여대까지…정치 폭풍 속에 밝힌 연기 열정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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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 노인지 역 배우 서현진
배우 서현진이 어지러운 시국 속에 연기에 대한 깊은 생각을 전했다.
서현진은 6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트렁크' 인터뷰에서 "이번 작품을 하면서 연출자인 김규태 감독님과 공유 선배님에게 많이 배웠다"며 "치열하면서도 힘을 빼고, 자신의 모습을 지키면서 일을 하는 모습을 봤다"면서 함께 일한 사람들을 치켜세웠다.
갑작스러운 비상 계엄 선포로 미뤄진 인터뷰 일정에 "모두들 안녕하셨으면 좋겠다"는 인사로 심경을 애둘러 전한 서현진은 '트렁크'에 대해 "정말 제 취향의 작품"이라면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인터뷰를 준비 하면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이런 시간들이 좋았다"면서 미소를 보였다.
'트렁크'는 호숫가에 떠오른 트렁크로 인해 밝혀지기 시작한 비밀스러운 결혼 서비스와 그 안에 놓인 두 남녀의 이상한 결혼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멜로 드라마다. 서현진은 기간제 결혼 매칭 업체 NM에 소속돼 네 번째 결혼을 마치고 다섯 번째 결혼에 나선 노인지 역을 맡았다.
서현진은 결혼이 역겹다고 생각하면서도 결혼을 직업으로 선택한 그녀는 기간제 결혼 매칭 회사 NM(New Marriage) 소속으로 다섯 번째 남편 한정원을 만나게 된다. 공허하고 메마른 내면을 모호하지만 강렬한 연기로 그려낼 서현진의 새로운 변신으로 호평받았다. 다음은 서현진과 일문일답. ▲ 계엄령으로 미뤄진 후 다시 잡힌 인터뷰다. 오랜만이다.
다시 만나뵐 수 있어서 다행이다. 롤러 코스터를 탔지만 안녕하다. 모두 안녕했으면 좋겠다. 인터뷰가 정말 오랜만이다. '또 오해영' 간담회 후 8년 만인거 같다.
▲ '트렁크'가 공개됐다. 어떻게 봤을까.
공개되기 전에도 보고, 이후에도 돌려봤다. 제가 좋아하는 류의, 저의 취향이었다. 직접적으로 나타내지 않고, 분위기로 나타내는 그 느낌이 좋았다. 앵글도 색감도 모두 제 취향이었다. 주제 역시 요즘 제가 생각해왔던 것들이었다. 이 드라마는 관계에 대한 건데 제 선입견 때문에 상대방을 오해할 수 있다는 생각을 제가 많이 하고 있었다. 그 지점이 대본과 맞닿아 끌렸던 거 같다.
▲ 노인지라는 인물은 어떤 점에서 끌렸을까.
오늘 아침까지도 생각했는데, 결국은 상냥해서 좋은거 같다. 누군가를 응원하는 것도, 누군가를 대신해서 화를 내는 것도 그렇고, 이 직업을 시작하게 된 것도 결국은 다른 사람의 사연을 외면하지 못해서 그런거 아닌가. 그런 상냥함이 좋았다.
▲ 인지는 5번이나 결혼한 인물이다. 이런 설정이 어렵지 않았나.
앞의 4번의 결혼도 결혼이 필요한 성소수자, 시한부 환자거나, 그런 외로운 사람들이었다. 인지 자체도 고립된 인물이라 생각했고. 그런게 작품 전반에 깔려 있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아닌가. 완전히 끊고 살 수 없으니 그걸 이어나가게 된다. 인지가 스스로 고립된 땅굴에서 나오기로 결심한 결론까지 다 좋았다.
▲ 실제 성격과 싱크로율은 어떨까.
저는 제 안에 있는 걸 확대하거나 변주를 주는 방식으로 캐릭터를 해석한다. 인지 뿐 아니라 모든 역할이 그랬다. 인지를 보면서 이런 종류의 사랑, 멜로를 이렇게 다루는 작품이 많이 없었던 거 같더라. 이런 이야기도 해보면 좋지 않을까란 생각이었다. 연애를 하는 것보다 관계가 끊어졌을 때 스스로가 잘보이지 않나. 그 감정을 맞딱들이는 게 불편할 수 있지만 그런 걸 수면위로 올리고 싶었다.
▲ 계약결혼이라는 소재 역시 파격적이다. 이런 지점에 대한 거부감이나 고민은 없었나.
인지가 마음에 들어서 한거라 그런 부분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대본 그자체로 접했던 부분이었다. 인지의 직업이 평범하진 않지만, 그의 상황도 평범하지 않다. 결혼을 앞두고 사라진 약혼자와의 집을 유지하려면 평행세계처럼 직업도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그런 막연한 감각으로 했고,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정리했다.
▲ 그럼에도 작품의 호불호가 나뉘었다.
그런 반응을 모르는 건 아니다. 이 작품을 찍을 때부터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고 아닌 사람은 불편하겠다'는 생각은 했다. 톤도 어둡고. 뭔가 숨통이 구하는 구석이 많지 않다. 가볍게, 하루의 마무리로 보실 드라마는 아니라, 보면서 피곤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 주말에 푹 쉬고, 심심한데, 뭐 하나 몰입해 볼까 하는 분들이 보시면 좋겠다. (웃음)
▲ 감독도, 공유도 모두 '치열하게, 지독하게 연기한다'며 칭찬이 자자했다.
저는 늘 이렇게 해왔다. 다들 더 지독하게 하시는데.(웃음) 이런 피드백을 받으면 기쁘다. 저도 그분들에게 느낀 존경의 마음이 있다. 항상 정말 좋은 걸 많이 배웠다고 말했는데 취해계셔서 기억은 하실지 모르겠다.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감독님은 예술가 같고, 정말 많은 걸 알고 계신다. 공유 선배님은 새로운 얼굴이 많았다. 정말 캐릭터에 붙어서 연기를 하는 느낌이었다.
▲ 공유와 로맨스 장면은 어땠나.
나이를 먹어서 오글거리는 걸 더 못하게 되는 거 같다. 촬영에 들어가면 정신력으로 했다. (웃음) 그 모드가 작품의 분위기가 아니니, 하는게 쑥스러웠다.
▲ 극중 정윤하와는 팽팽하게 맞섰다.
그 목소리가 너무 좋았다. 계속 팽팽하게 맞서는데, 조용하지만 센 느낌인데 여러 방면으로 준비해오더라. 이렇게 던져도, 저렇게 던져도 다 잘 흡수를 해서 찍으면서 너무 재밌었다.
▲ 걸그룹 출신 연기자 1세대 아닌가. 데뷔 초엔 사랑스러운 느낌이 강했다면 지금은 카리스마까지 갖춘 연기자의 느낌이다.
걸그룹 출신이라고 말하는게 전 1년 밖에 안해서, 그런 말씀을 해주시면 기분좋다. 지금 활동하는 친구들이 너무 예쁘지 않나. 지금 친구들은 직업이라는 생각을 하고 하는데, 아이돌을 할땐 그런 생각을 못했다. 그래서 더 못가진 게 아닌가 싶다. 정체성은 보는 분들이 정해주신 거 같고. 저는 정체성은 (반려견) 시더 엄마다. 그냥 사람이다. 사람은 계속 변화하지 않나. 배우라는 정체성도, 그냥 작품이 들어가면 하는 거다. 돈을 받았으면 열심히 해야 하니까. 나 서현진으로 누군가의 딸이자, 시더의 엄마로 살고 싶다. 예전엔 직업으로만 몰두했던 시기가 있다. 이젠 잘 융화돼야 하는 거 같다. 이번에 김규태 감독님도 공유 선배님도 자기로 있으면서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연기하더라. 저도 그렇게 가고 싶다.
▲ 올해 SM 30주년인데, 밀크가 없었다.
저도 몰랐다. 서로 서운하지 않은 걸로 하겠다. (웃음) ▲ 인지라는 인물이 버석버석한데, 목뼈가 보이는 장면까지 있었다. 이걸 위해 다이어트를 했던 걸까.
다이어트를 한 건 아니고, 저의 반려견이 나이가 있고, 그때 좀 아파서 현장을 같이 다녔다. 그래서 애를 챙기면서 촬영하다보니 힘이 2배로 들어서 살이 내렸다. 4~5kg 정도 빠진거 같다. 지금 보니 너무 살이 많이 빠진거 같은데, 다행히 캐릭터와는 잘 맞는 거 같아서 다행이다.
▲ 연기하면서 어려운 건 없었나.
대본을 계속 다시 보지 않으면 헷갈리는 부분이 많았다. 그걸 순서대로 찍는 게 아니니까. 감정을 어떻게 쌓아왔는지를 상기시키지 않으면 안되니까. 그걸 놓치지 않기 위해.
▲ 탱고 준비도 열심히 했다고 하더라.
탱고 장면을 마지막 촬영으로 미뤘다. 몸을 많이 써야해서 힘드니까. 그런데 계속 제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더라. 연습을 계속 해야 하고. 제작사 대표님이 '탱고 드라마 아니야' 이렇게 말씀주셔서 부담을 내려놓았다. 집에서 계속 머리로 시뮬레이션 했다. 사실 대역도 있었다. 파트너 분이 앉히고 일으켜 세우고 해주셨는데, 파트너 선생님이 다 만들어 준 장면이었다. '안되면 대역해주시겠지'했는데, 갑자기 '그냥 써도 되겠다' 하셔서 그렇게 됐다. 전 끝까지 반대했다.
▲ 이 드라마 도전일 수 있는데, 이걸 통해 얻은 게 뭘까.
지금은 잘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면 그때 뭘 배웠다고 느낄 수 있었던 거 같다. 지금은 감독님, 선배님을 보며 배운게 많이 배웠다. 현장에서 애쓰지 않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연기적으로는 다다음 작품 쯤 알 수 있지 않을까.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거 같다.
▲ 극중 이번에 대학생 역할을 했다. 실제로 모교인 동덕여대가 지금 시끄러운 상황인데.
대학생 역할은 죄송하다. CG로 잘 만들어주신다고 하셨다.
*동덕여대 관련된 질문은 소속사와 '트렁크' 측 요청으로 공개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 이 작품을 통해 결혼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을까.
전 제가 나이 먹는 걸 잘 느낀다. 현장에서 딸 역할로 오는 친구들 어머님들이 저보다 어릴 때도 있다. '이만한 딸이 실제로 있을 수 있겠다'라는 체감을 여러번 했다. 결혼은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하는게 제 인생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곤 생각한다. 하지만 그보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 그래서 더더욱 행동하려 한다. 행동하지 않으면 변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발 바깥으로 나가야 재밌는 일도, 스트레스 받는 일도 일어나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서현진은 6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트렁크' 인터뷰에서 "이번 작품을 하면서 연출자인 김규태 감독님과 공유 선배님에게 많이 배웠다"며 "치열하면서도 힘을 빼고, 자신의 모습을 지키면서 일을 하는 모습을 봤다"면서 함께 일한 사람들을 치켜세웠다.
갑작스러운 비상 계엄 선포로 미뤄진 인터뷰 일정에 "모두들 안녕하셨으면 좋겠다"는 인사로 심경을 애둘러 전한 서현진은 '트렁크'에 대해 "정말 제 취향의 작품"이라면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인터뷰를 준비 하면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이런 시간들이 좋았다"면서 미소를 보였다.
'트렁크'는 호숫가에 떠오른 트렁크로 인해 밝혀지기 시작한 비밀스러운 결혼 서비스와 그 안에 놓인 두 남녀의 이상한 결혼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멜로 드라마다. 서현진은 기간제 결혼 매칭 업체 NM에 소속돼 네 번째 결혼을 마치고 다섯 번째 결혼에 나선 노인지 역을 맡았다.
서현진은 결혼이 역겹다고 생각하면서도 결혼을 직업으로 선택한 그녀는 기간제 결혼 매칭 회사 NM(New Marriage) 소속으로 다섯 번째 남편 한정원을 만나게 된다. 공허하고 메마른 내면을 모호하지만 강렬한 연기로 그려낼 서현진의 새로운 변신으로 호평받았다. 다음은 서현진과 일문일답. ▲ 계엄령으로 미뤄진 후 다시 잡힌 인터뷰다. 오랜만이다.
다시 만나뵐 수 있어서 다행이다. 롤러 코스터를 탔지만 안녕하다. 모두 안녕했으면 좋겠다. 인터뷰가 정말 오랜만이다. '또 오해영' 간담회 후 8년 만인거 같다.
▲ '트렁크'가 공개됐다. 어떻게 봤을까.
공개되기 전에도 보고, 이후에도 돌려봤다. 제가 좋아하는 류의, 저의 취향이었다. 직접적으로 나타내지 않고, 분위기로 나타내는 그 느낌이 좋았다. 앵글도 색감도 모두 제 취향이었다. 주제 역시 요즘 제가 생각해왔던 것들이었다. 이 드라마는 관계에 대한 건데 제 선입견 때문에 상대방을 오해할 수 있다는 생각을 제가 많이 하고 있었다. 그 지점이 대본과 맞닿아 끌렸던 거 같다.
▲ 노인지라는 인물은 어떤 점에서 끌렸을까.
오늘 아침까지도 생각했는데, 결국은 상냥해서 좋은거 같다. 누군가를 응원하는 것도, 누군가를 대신해서 화를 내는 것도 그렇고, 이 직업을 시작하게 된 것도 결국은 다른 사람의 사연을 외면하지 못해서 그런거 아닌가. 그런 상냥함이 좋았다.
▲ 인지는 5번이나 결혼한 인물이다. 이런 설정이 어렵지 않았나.
앞의 4번의 결혼도 결혼이 필요한 성소수자, 시한부 환자거나, 그런 외로운 사람들이었다. 인지 자체도 고립된 인물이라 생각했고. 그런게 작품 전반에 깔려 있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아닌가. 완전히 끊고 살 수 없으니 그걸 이어나가게 된다. 인지가 스스로 고립된 땅굴에서 나오기로 결심한 결론까지 다 좋았다.
▲ 실제 성격과 싱크로율은 어떨까.
저는 제 안에 있는 걸 확대하거나 변주를 주는 방식으로 캐릭터를 해석한다. 인지 뿐 아니라 모든 역할이 그랬다. 인지를 보면서 이런 종류의 사랑, 멜로를 이렇게 다루는 작품이 많이 없었던 거 같더라. 이런 이야기도 해보면 좋지 않을까란 생각이었다. 연애를 하는 것보다 관계가 끊어졌을 때 스스로가 잘보이지 않나. 그 감정을 맞딱들이는 게 불편할 수 있지만 그런 걸 수면위로 올리고 싶었다.
▲ 계약결혼이라는 소재 역시 파격적이다. 이런 지점에 대한 거부감이나 고민은 없었나.
인지가 마음에 들어서 한거라 그런 부분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대본 그자체로 접했던 부분이었다. 인지의 직업이 평범하진 않지만, 그의 상황도 평범하지 않다. 결혼을 앞두고 사라진 약혼자와의 집을 유지하려면 평행세계처럼 직업도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그런 막연한 감각으로 했고,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정리했다.
▲ 그럼에도 작품의 호불호가 나뉘었다.
그런 반응을 모르는 건 아니다. 이 작품을 찍을 때부터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고 아닌 사람은 불편하겠다'는 생각은 했다. 톤도 어둡고. 뭔가 숨통이 구하는 구석이 많지 않다. 가볍게, 하루의 마무리로 보실 드라마는 아니라, 보면서 피곤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 주말에 푹 쉬고, 심심한데, 뭐 하나 몰입해 볼까 하는 분들이 보시면 좋겠다. (웃음)
▲ 감독도, 공유도 모두 '치열하게, 지독하게 연기한다'며 칭찬이 자자했다.
저는 늘 이렇게 해왔다. 다들 더 지독하게 하시는데.(웃음) 이런 피드백을 받으면 기쁘다. 저도 그분들에게 느낀 존경의 마음이 있다. 항상 정말 좋은 걸 많이 배웠다고 말했는데 취해계셔서 기억은 하실지 모르겠다.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감독님은 예술가 같고, 정말 많은 걸 알고 계신다. 공유 선배님은 새로운 얼굴이 많았다. 정말 캐릭터에 붙어서 연기를 하는 느낌이었다.
▲ 공유와 로맨스 장면은 어땠나.
나이를 먹어서 오글거리는 걸 더 못하게 되는 거 같다. 촬영에 들어가면 정신력으로 했다. (웃음) 그 모드가 작품의 분위기가 아니니, 하는게 쑥스러웠다.
▲ 극중 정윤하와는 팽팽하게 맞섰다.
그 목소리가 너무 좋았다. 계속 팽팽하게 맞서는데, 조용하지만 센 느낌인데 여러 방면으로 준비해오더라. 이렇게 던져도, 저렇게 던져도 다 잘 흡수를 해서 찍으면서 너무 재밌었다.
▲ 걸그룹 출신 연기자 1세대 아닌가. 데뷔 초엔 사랑스러운 느낌이 강했다면 지금은 카리스마까지 갖춘 연기자의 느낌이다.
걸그룹 출신이라고 말하는게 전 1년 밖에 안해서, 그런 말씀을 해주시면 기분좋다. 지금 활동하는 친구들이 너무 예쁘지 않나. 지금 친구들은 직업이라는 생각을 하고 하는데, 아이돌을 할땐 그런 생각을 못했다. 그래서 더 못가진 게 아닌가 싶다. 정체성은 보는 분들이 정해주신 거 같고. 저는 정체성은 (반려견) 시더 엄마다. 그냥 사람이다. 사람은 계속 변화하지 않나. 배우라는 정체성도, 그냥 작품이 들어가면 하는 거다. 돈을 받았으면 열심히 해야 하니까. 나 서현진으로 누군가의 딸이자, 시더의 엄마로 살고 싶다. 예전엔 직업으로만 몰두했던 시기가 있다. 이젠 잘 융화돼야 하는 거 같다. 이번에 김규태 감독님도 공유 선배님도 자기로 있으면서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연기하더라. 저도 그렇게 가고 싶다.
▲ 올해 SM 30주년인데, 밀크가 없었다.
저도 몰랐다. 서로 서운하지 않은 걸로 하겠다. (웃음) ▲ 인지라는 인물이 버석버석한데, 목뼈가 보이는 장면까지 있었다. 이걸 위해 다이어트를 했던 걸까.
다이어트를 한 건 아니고, 저의 반려견이 나이가 있고, 그때 좀 아파서 현장을 같이 다녔다. 그래서 애를 챙기면서 촬영하다보니 힘이 2배로 들어서 살이 내렸다. 4~5kg 정도 빠진거 같다. 지금 보니 너무 살이 많이 빠진거 같은데, 다행히 캐릭터와는 잘 맞는 거 같아서 다행이다.
▲ 연기하면서 어려운 건 없었나.
대본을 계속 다시 보지 않으면 헷갈리는 부분이 많았다. 그걸 순서대로 찍는 게 아니니까. 감정을 어떻게 쌓아왔는지를 상기시키지 않으면 안되니까. 그걸 놓치지 않기 위해.
▲ 탱고 준비도 열심히 했다고 하더라.
탱고 장면을 마지막 촬영으로 미뤘다. 몸을 많이 써야해서 힘드니까. 그런데 계속 제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더라. 연습을 계속 해야 하고. 제작사 대표님이 '탱고 드라마 아니야' 이렇게 말씀주셔서 부담을 내려놓았다. 집에서 계속 머리로 시뮬레이션 했다. 사실 대역도 있었다. 파트너 분이 앉히고 일으켜 세우고 해주셨는데, 파트너 선생님이 다 만들어 준 장면이었다. '안되면 대역해주시겠지'했는데, 갑자기 '그냥 써도 되겠다' 하셔서 그렇게 됐다. 전 끝까지 반대했다.
▲ 이 드라마 도전일 수 있는데, 이걸 통해 얻은 게 뭘까.
지금은 잘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면 그때 뭘 배웠다고 느낄 수 있었던 거 같다. 지금은 감독님, 선배님을 보며 배운게 많이 배웠다. 현장에서 애쓰지 않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연기적으로는 다다음 작품 쯤 알 수 있지 않을까.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거 같다.
▲ 극중 이번에 대학생 역할을 했다. 실제로 모교인 동덕여대가 지금 시끄러운 상황인데.
대학생 역할은 죄송하다. CG로 잘 만들어주신다고 하셨다.
*동덕여대 관련된 질문은 소속사와 '트렁크' 측 요청으로 공개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 이 작품을 통해 결혼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을까.
전 제가 나이 먹는 걸 잘 느낀다. 현장에서 딸 역할로 오는 친구들 어머님들이 저보다 어릴 때도 있다. '이만한 딸이 실제로 있을 수 있겠다'라는 체감을 여러번 했다. 결혼은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하는게 제 인생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곤 생각한다. 하지만 그보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 그래서 더더욱 행동하려 한다. 행동하지 않으면 변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발 바깥으로 나가야 재밌는 일도, 스트레스 받는 일도 일어나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