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에서 맞붙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파격적인 금융 조건을 제시하며 주목받고 있다. 삼성물산은 조합원 ‘이주비 최저 12억원 대출’ ‘담보인정비율(LTV) 150%’를 내걸었다. 현대건설도 추가 이주비 대출과 최저 자금조달 금리를 약속했다. 서울 핵심 사업지에서 조합원 금융 지원이 수주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주택시장을 조이면서 한남4구역 수주전에서 대출 한도와 금리가 중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물산은 한남4구역 조합에 잔금(분담금) 상환 최대 4년 유예, 조합원 이주비 LTV 150%, 최저 이주비 12억원 등의 금융 혜택을 제시했다. 이 조건에 따르면 자금 여력이 부족한 조합원은 잔금(분담금)을 입주 시점이 아니라 입주 후 2년이나 4년이 지난 시점까지 나눠서 납부할 수 있다.

삼성물산은 기본 이주비 대출 한도인 LTV 50%에 100%를 추가해 종전자산평가액의 총 150%를 이주비로 책임 조달하겠다고 제안했다. 여기에 최저 이주비를 12억원까지 제공하기로 했다. 예컨대 종전 자산평가액이 4억원인 빌라 조합원은 기본 이주비 대출 2억원에 추가 대출 4억원, 여기에 6억원을 추가로 더 빌릴 수 있다는 의미다.

기본 이주비 대출 금리는 일반 주택담보대출 금리, 추가 이주비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0.78%포인트를 더한 수준으로 책정한다. 연 4.07%(현재 기준)로 추산된다. 공사비 상환 순서도 필수 사업비를 우선 상환한 뒤 공사비를 받아 조합이 분양 수입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건설은 조합의 자금조달 금리를 최저 수준으로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CD 금리에 가산금리 0.1%포인트를 더한 수준이다. 입찰보증금 500억원과 조합이 용역·운영·청산·국공유지 매입에 쓰는 사업비 대여금에 적용된다. 삼성물산은 입찰보증금에 가산금리 -0.5%포인트, 사업비 대여금에 0.78%포인트를 제시했다.

현대건설이 제안한 이주비 대출 한도는 기본 LTV 50%에 추가로 LTV 50%를 더한 100%다. 잔금 납부는 입주로부터 1년 유예해줄 예정이다. 대출금리는 금융사 경쟁입찰을 통해 정하며 삼성물산과 비슷한 수준에서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