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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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령 사태와 탄핵 위기를 보도하는 일부 해외 언론들은 이 사건을 '디올백 스캔들' 또는 '럭셔리 백 스캔들'로 단순화하고 있다.

7일 다수의 외신 매체들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한국의 정치적 불안에 대해 '디올 핸드백이 윤석열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등의 제목을 달아 소식을 전했다. 일본·중국 미국·영국 등 한국과 교류가 빈번한 국가의 주요 매체가 아닌 곳에선, 배경지식이 없는 독자들에게 소식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 이 같이 표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각 언론사 홈페이지 캡쳐
사진=각 언론사 홈페이지 캡쳐
미국 CNN방송의 제휴사인 인도의 뉴스18 방송에선 "스캔들은 2023년 11월 김건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약 300만원(약 19만 루피) 상당의 디올 핸드백을 받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되면서 시작됐다"며 "대중의 감정은 김 씨와 그녀의 남편에게서 돌아섰고, 대통령이 사과했지만 논란의 폭풍을 가라앉히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뉴스18은 또 "대선 캠페인 기간 드러난 주가조작과 기타 재정적 부정 행위 의혹으로 김씨에 대한 대중의 감시가 이미 심화됐기 때문에 불길에 기름을 부었을 뿐"이라며 "당시(대선 기간) 김 씨는 위조된 증명서에 대해 사과해야 했고, 이에 따라 평판이 더욱 손상됐다"는 등 보도의 상당 부분을 김 여사에 할애했다.

싱가포르의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최 목사가 디올백을 준 사건을 언급하며 "이 사건은 한국의 대중들에게 과거 뇌물 스캔들을 떠올리게 했다"며 "김 여사가 원치 않는 여론의 주목을 스스로 자초한 것인지, 아니면 영부인에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한 공작에 표적이 된 것인지에 대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의 아픈 과거를 꼬집기도 했다. 스트레이츠타임스는 "한국 정치권은 전직 대통령, 국회의원, 장관의 친인척이 뇌물수수 혐의로 조사를 받거나 기소되고 수감된 사례로 가득하다"며 "자신의 정권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깨끗했다고 자랑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자살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부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했다.
지난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박장범 한국방송공사 사장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조인철 의원이 디올백을 들어 보이며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박장범 한국방송공사 사장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조인철 의원이 디올백을 들어 보이며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말레이시아의 매체 말레이메일 역시 "최 목사가 1만600링깃짜리 디올 핸드백을 김 여사에게 선물하는 모습을 숨겨진 카메라로 찍은 것이 좌파 성향의 사이트에 공개되면서 대중의 항의를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