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에, 체코 원전·대왕고래 등 자원·에너지 정책 '먹구름'
7일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부결을 시작으로 한국 경제가 ‘탄핵 정국’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체코 원전 수출, '대왕고래 프로젝트' 같이 모처럼 만의 자원·에너지 큰 장도 위기를 맞게 됐다.

앞으로의 정국 변화에 따라 현 정부의 원전 생태계 복원 정책이 또다시 '탈(脫)원전'으로 회귀할 가능도 배제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글로벌 석유기업 유치 '타격'


산업통상자원부는 동해 석유·가스전 개발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와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출 본계약을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두 사업 모두 단기적으로는 비상 계엄령 후폭풍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정국 혼란이 장기화하면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첫 시추 작업은 이달 중순 시작된다. 한국석유공사가 프로젝트를 위해 임대한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는 오는 12월10일께 부산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후 기자재 선적과 보급을 마친 뒤 시추 해역으로 이동해 작업을 시작한다. 시추 작업은 약 2개월간 진행되며 내년 상반기 중 탐사 시추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탄핵이 이뤄지고 정권이 바뀐다 하더라도 대법원 심리와 차기 대선 등의 일정을 감안하면 1차 시추가 정치적인 영향으로 중단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글로벌 석유기업의 투자를 받아 진행하는 2차 시추부터는 정국 혼란이 중대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외국계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새로 들어서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또다시 바뀐다면 안정성을 중시하는 글로벌 석유기업들의 성향상 대왕고래 프로젝트 참여를 꺼릴 것"이라고 말했다.

원전 생태계 복원도 견제 가능성

탄핵정국에, 체코 원전·대왕고래 등 자원·에너지 정책 '먹구름'
체코 원전 수출,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적재산권 분쟁 협상 역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에도 예정대로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체코 정부가 정해진 공기와 사업예산에 맞춰 원전을 시공하는 한국의 '온 타임 온 버짓'에 높은 점수를 준 만큼 현 시점에서 우선 협상대상자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문제는 내년 10월 체코 총선거 이후 정치 지형이 바뀔 경우다. 우리 정부는 내년 3월까지 체코 두코바니 원전의 본계약을 체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체코 새 정부도 체결된 본계약을 번복하기에는 정치적인 부담이 따를 수 밖에 없다. 반면 두코바니 원전 이후 추가로 계획 중인 테믈린 원전 3~4호기 입찰에서는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체코 정부가 자체 자금으로 짓는 두코바니 원전과 달리 테믈린 원전은 수출을 희망하는 국가로부터 금융지원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에도 우리나라가 불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 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상황이 장기화하면 한국의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무역보험공사, 수출입은행 등 정책 금융회사들의 신용등급이 동반 하락해 불리한 금융지원 조건을 내걸 수 밖에 없다.

탄핵 가결 여부와 관계 없이 현 정부의 원전 생태계 복원 정책은 타격이 불가피해졌다는 전망이 많다. 앞으로 정국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은 민주당에는 여전히 탈원전을 강하게 주장하는 의원들이 많아서다. 이 때문에 원전업계는 건설 중인 신한울 3~4호기는 예정대로 건설되지만 신규 원전 건설은 상당히 힘들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바뀌면 국제 원전 수출 시장에서 한국의 신뢰도는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의 친(親)원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윤석열 정부의 원전 생태계 복원 등 정권 마다 180도 바뀌어 온 원전 정책이 또다시 재(再)탈원전으로 돌아선다면 어느 정부가 우리나라를 신뢰하겠냐는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전 수출 세일즈를 나가면 상대국이 반드시 확인하는 부분이 '정권 교체에 따른 원전 정책의 변화 가능성'"이라며 "자원·에너지 정책을 장기적인 안목에서 일관성있게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영효/이슬기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