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1900展, 역대 클림트·실레 아시아 전시 중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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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페터 비플링어 레오폴트 미술관장 인터뷰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특별전 인기에
“일생일대 한 번 있는 전시…미디어아트 연출 최고”
특별강연 연사로 나서 한국 관람객과 소통하기도
“110년 만에 찾은 막스 오펜하이머 ‘자화상’ 봐야”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특별전 인기에
“일생일대 한 번 있는 전시…미디어아트 연출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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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년 만에 찾은 막스 오펜하이머 ‘자화상’ 봐야”

‘전쟁은 끝났고, 나는 이제 가야 해. 내 그림들은 전 세계 미술관에 걸릴 거야.’ 에곤 실레는 스물여덟의 짧은 생을 마치기 직전 이런 말을 남겼다. 언젠가 자신의 그림을 매개 삼아 시공간을 초월한 예술적 교류가 이뤄질 것이란 확신이었다. 최근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비엔나전) 특별전에서 만난 한스 페터 비플링어(56) 오스트리아 레오폴트 미술관장은 실레의 마지막 한 마디를 상기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이 서울에서 실혔됐어요.”
미술사를 바꾼 결정적 분기점이 여럿 있다. 1900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수도 빈이 그중 하나다. 황금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부터 청춘의 초상을 그린 에곤 실레, 표현주의 대가 오스카 코코슈카 같은 거장들이 ‘빈 분리파’라는 이름으로 세기말의 불안과 새 시대에 대한 기대를 예술로 분출했다. 정확히 한 세기가 흘러 2001년 세워진 레오폴트 미술관은 이 시기 빈의 예술혼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220여 점의 ‘에곤 실레 컬렉션’을 비롯해 동시대 거장들의 명화를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어서다. 미술관 핵심 컬렉션을 옮겨 온 비엔나전이 지난달 30일 개막 이후 매일같이 미술애호가의 발길로 붐비는 까닭이다.

2015년부터 미술관을 이끌고 있는 비플링어 관장은 유럽 미술계에서 알아주는 명사다. 빈 대학에서 미술사와 저널리즘 등을 전공한 그는 뉴욕 신현대 미술관, 쿤스트할레 크렘스 미술관 디렉터로 일했고, 비엔나국제영화제에서도 경력을 쌓았다. 예술이 단순히 회화나 드로잉에 머물지 않고 일상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개념인 ‘총체예술’ 정신이 빈 분리파 실험의 모태가 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술관과 궁합이 어울리는 셈이다. 그는 이날 “클림트와 반항적인 예술가들은 미래지향적인 사상으로 예술을 삶에 스며들게 하려 했고, 이는 요즘 현대미술에서도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며 1900년대 빈 예술가들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직접 개막일에 전시를 둘러본 비플링어 관장은 “클림트와 실레 컬렉션의 해외 나들이 중 가장 수준 높은 전시”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는 “일본 등 역대 아시아에서 진행한 전시 중 이번이 최고”라며 “작품 배치, 전시 전반을 관통하는 디자인 등이 놀랄 정도로 전문적이고 미학적으로 완벽하게 표현돼 있어 무대에 오른 작품들을 보는 게 더 즐겁다”고 했다. 특히 전시의 시작점인 실레의 1918년 빈 분리파 전시회 포스터로 클림트의 빈자리가 느껴지는 ‘원탁’이 전시 마지막엔 클림트가 존재하는 원화 작품과 겹쳐지는 미디어아트로 연출된 것을 두고 “빈 분리파 예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훌륭한 방식”이라고 했다.

비플링어 관장은 전시 개막 이후에도 한국에 머물며 관람객들과 소통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특별전을 기념해 마련된 특별강연의 연사로 직접 나서 전시 주요작을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이날 강연에 예정된 인원을 훌쩍 뛰어넘는 인파가 몰리자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실레가 이렇게나 한국에서 사랑받는단 사실이 기쁘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승목 기자※비플링어 관장이 들려주는 1900년 빈 예술의 미학, 레오폴트 미술관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이달 말 발간되는 아르떼매거진 1월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