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혼란에 초긴장…금융권 '비상 체계' 가동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비상계엄 사태로 대통령 탄핵 추진 등 정국 혼란이 이어지면서 금융권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치 불안이 길어져 원/달러 환율이 계속 오르고 대외 신인도가 떨어지면 외화 유동성과 자기자본비율, 결과적으로 이익 등 경영 실적이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한국 경제가 어려운 상황으로 몰릴 수도 있다.
파생상품 추가담보 요구 등에 외화유동성 부족 가능성현재 금융권이 가장 걱정하는 문제는 원화 약세(원화 가치 하락)이다. 원/달러 환율은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일 1,440원대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다소 안정됐지만, 여전히 1,410∼1,430원을 오르내리며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환율이 크게 오르면 기업의 매입 외환(해외에서 받을 외화를 은행으로부터 선할인해 받는 여신) 물량이 늘어나고, 대기업 위주로 외화 예금을 빼내면서 은행의 외화 유동성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외화 표시 자산이나 해외 출자금 가운데 신용 위험가중자산(RWA) 등이 늘어 금융그룹 전체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질 수도 있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환율이 10원 높아지면 자기자본비율이 약 0.01∼0.02%포인트(p)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한다.
환율 상승으로 철강·반도체·석유화학·운송 등 업종과 기업에 자금 조달과 수익성에 문제가 생기면 이들에 대출해준 금융사의 건전성에도 부담이 커진다.
환율이 계속 오르고 정부와 한은의 유동성 공급 등으로 금리가 낮아지면 보험사의 경영도 어려워진다.
새 회계기준인 IFRS 17 도입 이후 금리 하락은 단기적으로 보험사의 당기 손익에 긍정적 영향을 주지만, 자본이 줄어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을 떨어뜨린다.
환율이 뛰면 보험사들의 환헤지(위험분산) 비용이 늘어나는 점도 부담이다.
앞으로 대외 신인도까지 훼손되면 상황이 더 심각해질 가능성도 있다.
은행 등 국내 금융사도 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차입하는데, 신인도가 떨어지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의 차환(또 다른 대출로 대출을 갚는 행위)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이 경우 국내 금융사는 결국 자기 돈으로 상환을 서둘러야 하고,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으면 최악의 경우 채무불이행으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주요 금융그룹은 지주사의 지휘 아래 이미 비상 점검·관리 체계를 가동한 상태다.
5대 금융지주의 관계자는 "3일 이후 비상 체계를 운영하며 금융시장 변동성 전반의 영향을 점검하고 유동성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고객 자산 위험 관리도 강화하고 고객·주주·직원 등과의 소통을 늘려 불안을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도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유동성과 자본 비율 관리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리스크 관리 그룹장 주관으로 '위기 대응협의회'를 계속 열고 있다"고 밝혔다.
외환·주식·채권 등 주요 금융시장 지표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본점 주요 부서장이 참석, 부문별 위험 취약 부문을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매일 오후 4시 기준으로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과 자기자본비율 영향을 공유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형 보험사들도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는 각종 지표가 대체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금융사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4일 기준 LCR은 210% 정도로, 현재 80% 수준인 감독 당국의 LCR 규제 기준을 크게 웃돌고 있다"며 "외화 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서도 약 30억달러 규모의 여유분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심각한 수준의 대외 신인도 하락도 감지되지 않았다.
또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다수의 외국계 대주 기관(Lender)들을 상대로 탐문한 결과, 이번 사태가 한국계 금융기관들에 대한 여신 정책 변화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며 "머니마켓(외화 단기 금융시장)에서 한국계 금융기관들은 여전히 자금을 운용하는 입장이고 특별히 차입에 대한 수요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
정치 불안이 길어져 원/달러 환율이 계속 오르고 대외 신인도가 떨어지면 외화 유동성과 자기자본비율, 결과적으로 이익 등 경영 실적이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한국 경제가 어려운 상황으로 몰릴 수도 있다.
파생상품 추가담보 요구 등에 외화유동성 부족 가능성현재 금융권이 가장 걱정하는 문제는 원화 약세(원화 가치 하락)이다. 원/달러 환율은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일 1,440원대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다소 안정됐지만, 여전히 1,410∼1,430원을 오르내리며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환율이 크게 오르면 기업의 매입 외환(해외에서 받을 외화를 은행으로부터 선할인해 받는 여신) 물량이 늘어나고, 대기업 위주로 외화 예금을 빼내면서 은행의 외화 유동성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외화 표시 자산이나 해외 출자금 가운데 신용 위험가중자산(RWA) 등이 늘어 금융그룹 전체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질 수도 있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환율이 10원 높아지면 자기자본비율이 약 0.01∼0.02%포인트(p)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한다.
환율 상승으로 철강·반도체·석유화학·운송 등 업종과 기업에 자금 조달과 수익성에 문제가 생기면 이들에 대출해준 금융사의 건전성에도 부담이 커진다.
환율이 계속 오르고 정부와 한은의 유동성 공급 등으로 금리가 낮아지면 보험사의 경영도 어려워진다.
새 회계기준인 IFRS 17 도입 이후 금리 하락은 단기적으로 보험사의 당기 손익에 긍정적 영향을 주지만, 자본이 줄어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을 떨어뜨린다.
환율이 뛰면 보험사들의 환헤지(위험분산) 비용이 늘어나는 점도 부담이다.
앞으로 대외 신인도까지 훼손되면 상황이 더 심각해질 가능성도 있다.
은행 등 국내 금융사도 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차입하는데, 신인도가 떨어지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의 차환(또 다른 대출로 대출을 갚는 행위)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이 경우 국내 금융사는 결국 자기 돈으로 상환을 서둘러야 하고,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으면 최악의 경우 채무불이행으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주요 금융그룹은 지주사의 지휘 아래 이미 비상 점검·관리 체계를 가동한 상태다.
5대 금융지주의 관계자는 "3일 이후 비상 체계를 운영하며 금융시장 변동성 전반의 영향을 점검하고 유동성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고객 자산 위험 관리도 강화하고 고객·주주·직원 등과의 소통을 늘려 불안을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도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유동성과 자본 비율 관리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리스크 관리 그룹장 주관으로 '위기 대응협의회'를 계속 열고 있다"고 밝혔다.
외환·주식·채권 등 주요 금융시장 지표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본점 주요 부서장이 참석, 부문별 위험 취약 부문을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매일 오후 4시 기준으로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과 자기자본비율 영향을 공유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형 보험사들도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는 각종 지표가 대체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금융사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4일 기준 LCR은 210% 정도로, 현재 80% 수준인 감독 당국의 LCR 규제 기준을 크게 웃돌고 있다"며 "외화 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서도 약 30억달러 규모의 여유분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심각한 수준의 대외 신인도 하락도 감지되지 않았다.
또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다수의 외국계 대주 기관(Lender)들을 상대로 탐문한 결과, 이번 사태가 한국계 금융기관들에 대한 여신 정책 변화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며 "머니마켓(외화 단기 금융시장)에서 한국계 금융기관들은 여전히 자금을 운용하는 입장이고 특별히 차입에 대한 수요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