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아 김 바스트의 미국 시장 분투기] 팝업 매장을 지렛대로 활용하자
“여기가 얼굴이 작은 사람도 쓸 수 있는 안경을 파는 곳인가요?” 약 10㎡ 남짓한 면적의 브리즘 맞춤형 안경 미국 뉴욕 팝업 매장. 얼굴 크기가 성인 남성 손바닥 크기만 한 한 여성이 들어섰다. 이 고객은 평생 얼굴에 맞는 안경을 써본 적이 없다며 맞춤형 안경에 기대를 드러냈다. 브리즘은 이 고객을 위해 한국 본사에서 판매된 적이 없는 작은 크기의 안경을 제작했다. 그녀는 완성된 제품에 만족하며 선글라스와 야간 운전용 안경까지 추가 주문했다. 스타트업이 공략하고자 하는 시장의 니즈를 명확하게 정한다면 제한된 마케팅으로도 미국 시장에 안착할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한국의 경제 상황은 좁은 내수 시장이라는 근본적 한계에 저성장, 고물가, 고환율, 초저출생, 무역적자, 가계부채 등이 더해진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 상황에서 제품력을 인정받은 한국 스타트업이 미국 시장으로 진출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자 K문화에 커지는 관심, 다른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성 등 효과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국 인재들의 선진 시장 경험을 위한 발판 제공 효과도 있다.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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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스타트업 대표가 미국 진출 필요성을 알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주저한다. 미국 진출을 대기업의 전유물로 여기기도 한다. 진출하더라도 장기적 브랜드 구축보다 단기 매출에 집중한다. 그러다가 더 저렴한 유사품이 등장하면 시장에서 사라진다.

소비재 스타트업의 성공적인 미국 시장 진출에 필수적인 요소로는 △제품 시장 적합성 점검 △구매 결정 과정 및 플로 확립 △사후 관리 시스템 구축 △커뮤니티 형성 등이 있다. 필자는 미국 동·서부 주요 지역에서 약 100회의 소비재 팝업 매장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팝업 매장은 장기적 브랜드 구축을 위한 필수 전략이라고 믿는다. 예산이 충분하다면 규모가 큰 화려한 매장도 열 수 있지만, 스타트업에는 현실적이고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차후 전략 수립을 위해 필수적인 데이터를 가장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는 팝업 매장의 구상과 실행이다. 공략 고객이 겹치는 로컬 매장 혹은 중견급 이상 브랜드를 찾아 팝인숍(pop-in-shop)을 갖추고 매출 일부를 이들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팝업 매장을 알리기 위해 팝인숍 호스트의 고객 리스트를 활용하거나 공략 시장과 깊이 연관된 인플루언서를 초대해 이벤트를 열 수도 있다. 여러 작은 브랜드와 그룹을 형성해 운영하는 방법도 있다.

팝업 매장에서 얻은 가치는 매출 이상이었다. 고객은 브랜드를 대표하는 핵심 인력과의 만남에 열광했고, 솔직한 피드백을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나 사업 파트너와 연결된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올버즈’ ‘쿠야나’ 같은 유명 브랜드도 초기에는 팝업 매장 운영을 통해 소비자 피드백을 적극 수용해 장수 브랜드로 도약했다. 한국 소비재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에 팝업 매장은 작지만 효과적인 첫걸음이 될 것이다.

실리아 김 바스트 콥틱(브리즘) 최고사업개발책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