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15년 만에 10만달러를 넘어서면서 금(金)과 같은 핵심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를 놓고 기대와 우려가 나온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 우뚝 설 것이란 낙관론과 금을 위협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비관론이 교차한다.
'투기자산' 눈총받던 코인 '金경쟁자'로
금은 19세기 말 각국 통화가치를 금에 고정한 금본위제가 도입되면서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됐다. 달러 가치를 금과 연동한 브레턴우즈 체제 이후 1971년 미국이 금본위제를 폐지했지만 금은 여전히 투자 자산과 세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 금융시장의 안전자산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2009년 등장했다. 총발행량은 2100만 개로 설계됐다. 지금까지 발행된 양은 1950만 개 정도로, 전체 발행량의 93%에 해당한다. 비트코인은 채굴할 때 주어지는 보상량이 4년마다 줄어드는 반감기가 존재한다. 발행량이 한정돼 희소성이 크기 때문에 자연 내 채굴량이 제한적인 금과 비슷한 면이 있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돼 거래의 투명성과 보안이 보장된다. 중앙은행과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법정화폐의 가치가 하락했을 때 대안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금과 비교해 거래와 보관이 간편하고 비용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비트코인이 최근 자산으로서 더욱 두각을 나타낸 건 올해 초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면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는 1년도 안 돼 운용자산이 500억달러(약 70조7500억원)를 돌파했다. 비트코인은 금처럼 선물, 옵션 등 다양한 금융상품으로 개발됐다. 지난달에는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기반 옵션거래가 시작됐다.

극심한 변동성은 비트코인의 약점이다. 금이 역사적으로 안정적이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투기 자산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비트코인은 국가별로 규제 차이가 크다. 일부 국가는 이를 금지하거나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특히 미국 유럽 등의 규제 변화는 비트코인의 장기적 가치를 불확실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