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일론 머스크의 앙숙들
“적들로 가득찬 큰 묘지가 있다. (누군가를) 더하고 싶진 않지만 어쩔 수 없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실세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과거 X에 올린 글이 재소환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머스크와 일해 본 사람들 말을 빌려 “그는 적이 있다는 생각으로부터 에너지를 끌어낸다”고 전했다.

머스크의 최대 앙숙은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샘 올트먼. 머스크는 과거 올트먼을 “사기꾼 샘”, 오픈AI를 “시장을 마비시키는 괴물”이라고 공격했다. 머스크는 오픈AI 초기 투자자였지만 오픈AI가 비영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어겼다며 이사진에서 물러났고 오픈AI의 영리법인 전환을 막아달라는 소송을 냈다. 오픈AI에 맞서 xAI를 설립하기도 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도 머스크와 악연이 있다. 게이츠가 2022년 테슬라 주가 하락에 베팅해 5억달러를 공매도한 게 화근이었다. 머스크는 X에 배 나온 게이츠 사진과 ‘임신한 남자’ 이모지를 나란히 올리며 게이츠를 조롱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머스크와 온라인 설전을 벌이며 격투기 일보 직전까지 갔다. 저커버그가 X를 꺾기 위해 ‘스레드’를 출시한 게 계기였다. 제프 베이조스는 우주 사업을 놓고 머스크와 다퉜다. 베이조스가 설립한 블루오리진이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따낸 초대형 계약에 소송을 걸고, 환경 문제로 스페이스X의 로켓 발사를 제한해달라고 정부에 청원을 넣자 머스크는 ‘소송(Sue) 오리진’이라고 비아냥댔다.

요즘 머스크의 라이벌들이 트럼프 측에 선을 대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고 한다. 머스크가 정부효율부(DOGE) 수장에 지명되고 친머스크 인사가 정부 요직에 기용되면서 이들의 조바심도 커지고 있다. 머스크가 정치권력을 이용해 경쟁사를 해코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설마 그럴 리야 없겠지만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미국적이지 않은(un-American) 일”(올트먼)로 기록될 것이다.

주용석 논설위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