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다마스쿠스 시민이 8일 전차에 올라타 반군의 수도 입성을 축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시리아 다마스쿠스 시민이 8일 전차에 올라타 반군의 수도 입성을 축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시리아 반군이 14년간 내전 끝에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했다. 53년 동안 시리아를 독재한 아사드 가문도 막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권을 지탱하던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이 우크라이나·중동 전쟁으로 끊기면서 정부군이 무력하게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53년 아사드 독재 막 내려

시리아 반군 수도 입성…'14년 내전' 종식 임박
이슬람 무장단체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이 주도하는 반군은 8일 다마스쿠스에 입성한 뒤 “오늘 이 어두운 시기의 종말과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린다”고 밝혔다. 반군은 공식적인 권력 이양이 이뤄지기 전에 모하마드 가지 알잘랄리 전 시리아 총리가 공공기관을 감독한다고 알렸다.

반군은 대반격을 시작한 지 약 열흘 만에 다마스쿠스에 무혈 입성했다. 전날까지 시리아 제3의 도시 홈스가 함락당했다는 사실을 부정하며 “상황은 안전하다”고 밝힌 정부군은 이날 반군이 수도로 진격하자 방어를 포기했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해외로 망명했다. 그는 2011년 ‘아랍의 봄’의 영향을 받은 민주화 운동이 시리아에서 일어나자 무력 진압을 명령했고, 그 여파로 지금까지 내전이 이어졌다. 미국 백악관은 “놀라운 일”이라며 “현지 파트너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했다.

이란·러시아도 개입 포기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사드 대통령은 최근 동맹인 이란과 러시아, 심지어 반군을 지원하던 미국에도 도움을 요청했으나 퇴짜를 맞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시리아에 파견된 군 지휘관과 외교관이 지난 6일 이란으로 전격 복귀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이란 정부가 시리아 반군의 빠른 진격 속도와 정부군의 기지 포기에 충격받았다고 전했다. 지난달 27~28일 대공세를 시작한 반군은 지난달 30일 제2 도시 알레포, 지난 5일 중부 거점 도시 하마를 점령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집중하고 있는 러시아 역시 시리아 지원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마이클 코프먼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러시아가 아사드 정권을 구해줄 가능성은 낮다”며 “(러시아가 확보한) 지중해 연안 해군 기지 두 개를 유지하기 위한 협정을 체결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좌관은 이날 “아사드 대통령 후원자인 이란과 러시아, 헤즈볼라가 모두 약화하고 산만해졌다”며 “이들의 지원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 아사드 대통령은 알몸 상태가 됐다”고 평가했다.

동맹의 지원 없이 시리아 정부군은 무력해졌다. 시리아 경제는 오랜 전쟁과 미국의 제재로 피폐해지고 정부 재정은 고갈됐다. 외신은 시리아 정부가 급여가 낮은 징집병 일부를 동원 해제했고, 남은 이들도 탈영하거나 택시운전사로 일했다고 전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