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년 내내 추진해오던 ‘의료개혁’이 미궁에 빠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을 기점으로 모든 의사단체가 의정 대화 참여를 중단했다. 의정 간 대화 창구가 전부 막혀 정부의 의료개혁이 동력을 상실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사단체인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중소병원협회, 국립대학병원협회 모두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참여를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 3일 계엄사령부가 발표한 포고령에 현장을 이탈한 의료인을 “처단하겠다”는 문구가 담긴 것이 의료계의 공분을 사면서 의개특위에 참여한 세 단체가 줄줄이 탈퇴한 것이다. 이로써 의정 간 대화 창구는 모두 사라졌다. 여야의정 협의체는 초기에 더불어민주당이 불참하면서 사실상 ‘여의정 협의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계엄령 사태로 정부 역시 추진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실효성 있는 의료개혁 논의도 어려워졌다. 의개특위는 이달 말 비급여와 실손보험 개선 방안에 대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는데 의사단체의 의개특위 탈퇴로 발표 여부마저 불확실해졌다.

의사단체들은 계엄령 사태로 ‘2025년 의대 모집 백지화’ 목소리에 더 힘을 얻은 상황이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와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이날 모두 길거리 투쟁을 하며 “2025학년 의대 증원은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전의교협은 지난 7일 “내란 관여자(윤석열 정권)의 지시로 행해지는 정부의 모든 정책에 대한 참여와 자문을 단호히 거부한다”고도 했다. 김성근 전의교협 대변인은 “그동안 정부 자문 및 연구용역 과제 등 여러 형태로 정책 논의에 참여한 교수들이 있었는데 이제 다 그만둘 것”이라고 했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6일 “의료계와 대화 및 협의를 통해 의료개혁을 착실히 수행하겠다”고 했다. 교육부도 대입 수시전형 합격자 발표 등 대학 입시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의대 증원을 백지화하면 교육부를 상대로 한 수험생의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라고 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