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개숙인 韓·韓 > 한덕수 국무총리(왼쪽)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공동 담화문을 발표한 뒤 허리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스1
< 고개숙인 韓·韓 > 한덕수 국무총리(왼쪽)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공동 담화문을 발표한 뒤 허리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8일 담화에서 “질서 있는 대통령의 조기 퇴진으로 안정적으로 정국을 수습하겠다”고 밝혔다. 통상 ‘질서 있는 퇴진’은 2026년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 시기를 맞추는 ‘4년 임기 단축 개헌’을 의미했는데, ‘조기 퇴진’이란 표현을 쓴 건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란 평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가시화할 때까지 시간을 끌어 여권에 유리한 시나리오를 만들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때까지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 대표 ‘투톱 체제’로 국정 운영이 가능할지, 책임총리제 또는 거국 내각 카드를 제시하더라도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많다.

투톱 체제로 국정 수습 가능할까

한 대표는 이날 담화에서 “대통령은 외교를 포함한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통령 퇴진 전까지 총리가 당과 긴밀히 협의해 민생과 국정을 차질 없이 챙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총리도 별도 담화문에서 “저를 포함한 모든 국무위원과 부처의 공직자들은 국민의 뜻을 최우선에 두고 여당과 함께 지혜를 모아 모든 국가 기능을 안정적이고 원활하게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총리가 대통령 대신 국정을 책임지는 ‘책임총리제’ 도입에 가깝다는 해석이 많다.

거국 중립 내각 카드도 여권에서 나오는 정국 타개 방안이다. 한 대표가 “야당과도 충실히 의견을 나누겠다”고 한 만큼 ‘여야 협치’ 명분으로 야권에 거국 내각을 구성하자고 제안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전날 친한(한동훈)계 중진인 조경태 의원도 “책임총리제 도입과 거국 내각 구성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다만 야권은 즉시 탄핵만을 유일한 정국 타개 방안이라고 보고 있는 만큼 이 제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책임총리제 형태의 국정 운영을 두고서도 야당은 물론 법조계에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특히 총리가 내치를 맡는 것까지는 가능하더라도, 국가 원수의 고유 권한인 외교 및 국방까지 관할하는 것은 책임총리제를 아무리 넓게 해석하더라도 과도하다는 의견이 많다.

자진 하야 유도 vs 시간 끈 뒤 탄핵

한 대표가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을 내세운 건 국민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확정까지 시간을 끌자는 구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의 재판 중 가장 진행 속도가 빠른 선거법 위반 재판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최종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대법원에서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사라지는 만큼 이후 치러지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야권의 가장 강력한 대권 후보가 대선에 나올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여권이 노리는 시나리오다.

이를 위해 가능한 방법은 임기 단축 개헌, 자진 하야 유도, 탄핵소추안 통과 등 세 가지다. 이 중 대통령 4년 중임제로의 임기 단축 개헌은 당초 야권에서 주장한 시나리오였지만, 윤 대통령의 계엄 발령을 계기로 사실상 힘을 잃었다는 평가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2026년까지 윤 대통령의 임기를 유지해야 가능한 안인데 이를 국민이 기다려주겠느냐”며 “임기를 3년이나 3년6개월로 하는 안이 있지만 이 역시 현실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이를 고려할 때 국정을 당정 협조 체제로 꾸리는 방식으로 시간을 벌되 이른 시일 안에 윤 대통령의 자진 하야를 유도하는 게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는 분석이 나온다. ‘탄핵’이라는 방식을 선택하지 않으면서 여권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자진 하야를 거부하거나 국민들의 탄핵 요구가 지금보다 더 거세지면 결국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결정지을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많다. 이 경우 한 대표가 내년 상반기 중 친한계 등의 이탈표를 유도해 야권이 추진하는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는 방식도 거론된다.

정소람/노경목/도병욱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