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혐의' 피의자 된 尹...대통령실 '뒤숭숭'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폐기됐지만, 비상계엄 사태 수사가 급물살을 타며 수사기관을 칼 끝과 마주하게 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8일 오후 윤 대통령을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특수본은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긴급체포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김 전 장관의 공관과 국방부 장관 집무실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역시 검찰과 경찰에게 계엄 관련 사건을 이첩하라고 공개 요구하고 나섰다.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경쟁적으로 비상계엄 수사에 뛰어든 상황이다.

핵심 인물인 김 전 장관에 대한 수사를 시작으로 수사기관은 조만간 직접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본격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헌법상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지만, 내란 또는 외환의 죄는 제외된다. 윤 대통령은 탄핵 여부와 관계 없이 수사기관의 수사가 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 담화에서 "이번 계엄 선포와 관련하여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피의자 입건에 망연자실하는 분위기다. 한 고위 관계자는 "아무 얘기도 할 것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여느 일요일과 마찬가지로 이날 대부분 구성원이 출근했지만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한 관계자는 "출근은 하고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이런 상황은 정말 처음이다. 대통령실 안에 있지만 저희도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경호처는 대통령실과 경호처에 대한 강제수사가 진행될 경우를 대비해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다.

윤 대통령이 수사 대상에 올라 대통령 집무실과 김 전 장관이 지난 8월까지 수장으로 있었던 경호처 역시 강제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수사기관 인력이 대통령실과 경호처 경내에 진입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집행한 것은 유래가 없는 일이다.

그간 경호처는 형사소송법상 '군사·공무상 비밀 유지가 필요한 장소는 감독관의 승낙 없이 압수하지 못한다'는 규정에 따라 수사기관의 청와대·대통령실 경내 진입을 불허해왔다.

청와대 시절 수사기관은 경내에 들어오지 않고 외부인 출입이 가능한 청와대 연풍문 등에서 임의 제출한 자료를 받아오는 형식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다만, 윤 대통령과 직전 경호처장인 김 전 장관이 내란 혐의를 받고 있어 이번에도 경호처가 강제수사를 거부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경호처 측은 관련 질의에 "현재로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현재 야당은 임시회 회기를 일주일 단위로 끊어 매주 토요일 탄핵과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대로라면 주말마다 탄핵안 표결이 이뤄지게 된다.

여당 내 여론도 '질서있는 퇴진'에서 '질서있는 조기 퇴진'으로 옮겨가는 등 악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수사망이 좁혀오고 야당은 압박 강도를 높이는 가운데, 여당과 대통령실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려운 사면초가의 상황에 몰렸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