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마타하리’의 주연 옥주현(왼쪽)과 음악을 담당한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마타하리’의 주연 옥주현(왼쪽)과 음악을 담당한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옥주현은 색소폰 같습니다. 마치 재즈 연주자가 악기를 연주하듯 목소리를 강하게 냈다가 부드럽게 바꾸고, 열정과 비애를 왔다 갔다 하죠. 그의 목소리에는 소울(영혼)이 담겼습니다.”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은 지난 6일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마타하리’의 기자간담회에서 주인공 마타하리 역을 분하는 옥주현에게 이같이 찬사를 보냈다. 전날 개막한 마타하리는 뮤지컬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가 2016년 첫선을 보인 창작 뮤지컬이다. 음악은 ‘지킬 앤 하이드’ ‘웃는 남자’ 등 국내 최고 인기 작품을 탄생시킨 와일드혼이 맡았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전역에서 인기를 끈 무용수이자 독일과 프랑스 사이를 오간 이중 스파이였던 실존 인물 마타하리의 이야기를 그린다.

옥주현과 와일드혼의 인연은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로 시작됐다. 와일드혼은 “옥주현의 공연 영상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작업하던 중에 처음 들었다”며 “자리에 함께 있던 브로드웨이 창작진도 그의 목소리를 듣고 ‘이게 도대체 누구냐’고 놀라며 궁금해했다”고 회상했다.

와일드혼은 “마타하리는 옥주현을 위한 작품”이라고 말할 정도로 제작 단계부터 옥주현을 염두에 뒀다. 강한 여성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을 구상하던 시기에 운명처럼 옥주현의 목소리를 알게 됐다고. 와일드혼은 “경험상 관객들로부터 사랑받은 작품들은 작곡 단계부터 어떤 목소리가 이 노래를 부를지 알고 쓴 음악이었다”며 “마타하리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가 옥주현”이라고 말했다.

옥주현은 2016년 막을 올린 초연부터 이달 열린 네 번째 시즌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마타하리로 무대에 올랐다. 그는 네 번의 시즌 중에서도 유독 이번 시즌에 애착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옥주현은 “처음으로 한국인 연출가와 합을 맞춰 이전 공연에서 아쉬웠던 빈틈이 마치 벽돌 사이 시멘트처럼 채워졌다”며 “이번 공연은 관객들이 마타하리를 보며 품은 기대를 충족해줄 수 있는 시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한 티켓 파워를 보유한 데 대해 옥주현은 “뮤지컬을 시작한 지 19년이 됐는데 한 번도 ‘티켓 파워를 갖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면서도 “관객들이 믿고 봐주는 만큼 그 기대를 충족하는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뮤지컬 마타하리는 2025년 3월 2일까지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