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정부가 제출한 677조4000억원 규모 내년도 예산안에서 총 4조8000억원을 삭감한 ‘감액(減額) 예산안’을 10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지난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정부안 대비 4조1000억원을 삭감한 예산안을 일방 처리했는데, 여기서 약 7000억원을 더 깎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또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도 “계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탄핵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정부의 예산 편성권과 행정권을 완전히 무력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8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비상계엄 사태 이후) 예산을 추가로 깎을 부분을 발굴했다”며 “정부안에서 총 4조8000억원을 삭감한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4조8000억원이 삭감된 ‘민주당판 예산안’은 672조6000억원 규모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경호 관련 예산과 현재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는 비서관급 이상 정무직 공무원 급여 등을 삭감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탄핵 정국에서 일단 감액 예산안을 처리해 놓고, 내년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면 된다고 보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간판 사업인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사업 예산과 고교 무상교육 예산 등이 대상이다. 각종 지역 민원성 예산도 추경을 통해 확보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박정 예결위원장은 “윤 대통령 탄핵 없이는 예산안 협의도 없다”며 “나중에 정상적인 정부가 들어오면 그때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박 장관과 조 청장 탄핵소추안은 오는 12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자력으로 두 사람의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전날 민주당이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자 이날 사퇴했다. 민주당은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을 추진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여지를 남겼다.

한재영/강경민/정상원 기자 jyhan@hankyung.com